나는 어릴 때부터 청바지를 좋아했다.
무슨 옷을 입어도 어울렸고, 내구성도 좋아 오래 입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생활패턴에 따라서 '나만의 워싱'이 생기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때문에 다른 바지보다도 생지 데님을 거의 매일 입고 다녔고, 지금도 여전히 자주 입고 다닌다.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생겨서, 편집매장으로 유명한 모드맨에 방문했다.
옛날에는 마른 편이어서 스키니한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요즘 살이 많이 쪄서 넉넉한 핏으로 입어보고 싶었다. 이에 따라, 평소 눈 여겨보던 셀비지 데님 브랜드인 풀카운트를 직접 입어보고 사이즈를 알아본 뒤, 구매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바지는 저렴한 것은 몇 만원에, 비싼 것은 수 십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사실, 청바지는 겉보기에 크게 차이가 안나보이고, 오히려 싼 제품이 착용하기엔 더 편할 수 있다. 그래서 가격이 꽤 나가는 청바지를 구매하면, 도대체 이게 왜 비싼 것이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 하지만 청바지도 나름대로의 감성과 정체성이 있어서, 아는 사람만 보이는 디테일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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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기원은 '리바이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광부들이 입기 좋은 튼튼한 원단으로 바지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업복으로 시작한 청바지는 당대 청춘스타들이 착용하면서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당시 청바지를 직조해내던 '셔틀 방직기'는 상당히 거칠고 정교하지 않게 원단이 짜여지는 특성이 있었다. 셔틀 방직기는 원단 양 끝부분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스티치 방식으로 마감했는데, 후에 이를 '셀비지'라고 부르게 된다.
리바이스의 청바지는 80년대 이후 데님 트렌드가 바뀌면서 점차 인기가 내려가게 되었다.
'신형 방직기'는 '스판덱스'가 함유된 부드러운 원단을 사용하여 착용감을 편안하게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또한 청바지를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에서도 구형 셔틀 방직기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리바이스 역시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구형 셔틀 방직기를 처분하고 신형 방직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 전통과 장인 정신을 고수하는 일본의 '오카야마'에서 대량으로 미국의 구형 셔틀 방직기를 구매하였다. 일본 오카야마의 방직공장들은 빈티지 방식을 고수하며, 오리지널에 가까운 방식으로 청바지를 직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형 방직기로 생산한 청바지들은 청바지 특유의 러프한 느낌이 사라져갔다.
스판덱스가 함유된 청바지와는 달리, 거칠게 직조된 청바지는 점차 체형에 맞춰지며 나만의 청바지가 된다. 이렇게 '나만의 청바지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던 사람들은 조금씩 옛날 청바지를 그리워했다.
옛날 청바지에 대한 관심은 점차 '청바지의 근본'인 1940~50년대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특히 일본 오카야마의 '청바지 장인'들은 디테일에 신경쓰며, 복각데님(레플리카)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결국 구형 셔틀 방직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데님 시장은 원조보다 더욱 원조에 가깝게 되었다. 이렇게 과거 미국에서 시작된 청바지는 오늘날 일본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풀카운트는 1940년대 데님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그 중 1101모델은 'LVC47501'을 베이스로 한다.
풀카운트는 집요하리만큼 디테일에 몰두한다. 구리 리벳, 주머니의 형태, 박음질 방식, 스티치, 버튼 플라이, 셀비지 라인, 체인스티치까지도 옛 방식을 재현한다. 심지어 실 종류도 12가지를 사용하는데, 40년대 청바지처럼 실도 청바지처럼 워싱이 빠지게 제작한다. 또한, 찢어지기 쉬운 부위에는 굵은 실로 마감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있다.
풀카운트 청바지의 특징은 두께가 13.7온스임에도 불구하고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지닌다. 이는 풀카운트사가 짐바브웨에서 원단을 수입하여 청바지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짐바브웨 원단은 뜨거운 아프리카의 열기로 인해 면화가 새하얀 색상으로 나오게 되어, 염색이 잘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디고 컬러가 진하게 유지되며, 수작업으로 면화를 수확하다보니 불순물이 최소화된다. 또한, 길이가 긴 장모의 면화를 사용하다보니 착용감이 무척 편안하고 내구성도 우수하다.
넉넉한 실루엣에 숨겨진 디테일까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좋은 바지를 구매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앞으로 몇 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착용하며, 나만의 청바지로 조금씩 길들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