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맛집] 대구 동성로 - 랜디스 도넛


개인적으로는 '미국식 도넛'보다는 '한국식 도나쓰'를 선호하는 편이다.
도나쓰 중에서도 찹쌀가루로 만든 반죽을 기름에 튀기듯이 구운 다음, 설탕을 잔뜩 발라먹는 시장표 꽈배기를 좋아한다. 미국식 도넛은 두 개 정도 먹으면 금방 물리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식 도나쓰는 많이 먹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같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면, 점점 도나쓰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넛 브랜드는 '던킨'과 '크리스피'이다. 던킨과 크리스피 중에서는 크리스피의 도넛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다. 어차피 도넛은 건강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진한 단맛을 주는 크리스피가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사실 도넛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어서 미국의 도넛 브랜드는 '던킨'과 '크리스피'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대구 동성로에 랜디스 도넛이 생겼다는 것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외부 인테리어는 인상적이었다. 아이언맨2에도 나오는 거대 도넛 모형이 눈길을 끈다.
본인은 '서브웨이 공포증'이 있다. 처음 서브웨이를 방문했을 때, 빵의 종류부터 토핑까지 모든 것을 골라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 이후로는 누가 먼저 서브웨이를 가자고 부탁하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서브웨이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주문방법]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서브웨이에서의 PTSD가 올 것 같아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주문방법은 던킨이나 크리스피처럼 그냥 도넛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문화는 항상 적응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도넛의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이럴 때면 항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익숙해보이는 맛을 고르곤 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랜디스 도넛의 반팔 티셔츠를 판매하는 진열매대를 보았다. 랜디스 도넛 티셔츠의 디자인은 크게 나쁘진 않았으나, 혹여나 누가 알아본다면 사서 입으면 왠지 알바생으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맨2에 출연한 뒤로 제대로 광고 효과를 봤는지, 매장마다 아이언맨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매장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동성로점에는 아이언맨 흉상의 스피커에서 노래가 재생되고 있었다. 아이언맨이 깨알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넛의 종류는 무척 다양했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익숙한 '글레이즈 도넛'과 '시나몬 롤'을 각각 하나씩 시켰다. 그리고 나의 직감을 믿으며, '커피크림 도넛'과 '블루베리 필링 도넛'도 추가로 시켰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글레이즈 도넛으로 말하자면, 던킨은 1,100원이고 크리스피는 1,500원이다. 그런데 랜디스 도넛의 글레이즈 도넛은 무려 2,200원이다. 팬시나 프리미엄 도넛의 가격은 3,000원에 육박한다. 비싼만큼 특별한 맛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일단 구매를 했다.(나중에 알게 됐지만, 한국에서 고가 정책을 펼치는 듯 했다.)




도넛을 담은 박스는 예뻤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던킨이랑 크리스피도 박스는 예쁘다. 냉정하게 보면, 처음보는 브랜드라서 특이하게 느끼는 것 같다. 박스만 놓고 본다면 크리스피의 디자인이 제일 괜찮아보인다.

맛은... 의외로 평범했다. 던킨과 크리스피의 중간 정도 되는 단맛이랄까? 그냥 무난하게 알고 있는 도넛의 맛이었다. 글레이즈 도넛만 놓고 본다면, 차라리 크리스피가 더 나을 정도였다. 그나마 '커피크림 도넛'의 맛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시 구매한다면 다른 도넛은 안 살 것 같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자주 방문할 것 같지는 않다. 전국에 매장이 몇 개 없어서 희소성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어보이지만, 그 외엔 큰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내 입맛엔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스마일 찹쌀 꽈배기 도나쓰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성내1동 동성로 6길 56(스파크 랜드 맞은 편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