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소설은 크게 마법을 사용하는 서양의 '판타지 소설'과 무공을 사용하는 동양의 '무협 소설'로 구분한다. 어릴 때부터 재미있게 읽었던 장르 소설은 오늘날까지도 '웹 소설'로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문학성을 인정받는 장르 소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눈물을 마시는 새』가 우리나라 최고의 장르 소설 작품이라 생각한다.
"피를 마시는 새가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는 절대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내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눈물을 마시는 새』는 다른 장르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갖춘다. 등장하는 종족은 인간, 레콘, 도깨비, 나가가 있고, 두억시니나 군령자 같은 생소한 소재도 등장한다.
동서양의 소재를 잘 섞어놓았지만, 어디에선가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신 풍긴다. 특별히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고유 언어와 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세계관 속에 녹여놓았다. 특히 이야기 전개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다.
불친절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이해되게끔 흐름을 구성하였다. 또한 스토리 진행을 위한 캐릭터 설정이 아닌, 정말 그 세계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할 법한 행동들을 구현했다. 후반부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이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분명 추리소설은 아닌데, 이야기마다 터지는 끝없는 반전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의미 없이 나오는 문장은 거의 없으며, 알고보니 복선이었던 상황과 교묘한 서술 트릭 등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불교의 선문답, 도가적 소재, 그리고 실존주의 철학(특히 니체의 위버멘쉬 사상)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나가 종족의 수호자 '갈로텍'의 사상은 노골적으로 니체가 주장했던 '강자의 도덕'을 대변하고 있다.
니체는 지배적인 환경에 의해 점차 나약해지고 있는 시대 정신을 비판하고,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는 초인을 이상향으로 추구한다.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세상과 맞서며 당당히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강자가 바람직하다고 파악한 것이다. 니체가 강조한 '위버멘쉬'와 '강자의 도덕' 뿐만 아니라, 니체의 '힘에의 의지', '영원 회귀' 등 심오한 내용을 잘 풀어내었다. 또한, 니체뿐만 아니라, 불교의 선문답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소설 속 기묘한 속담과 격언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탄탄한 구성과 유려한 문체를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의 정보만 접한 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