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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종교인들이 방문하여, 자연스럽게 동서양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겪은 신경쇠약과 엄격한 규율의 학교 생활은 그를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고, 결국 정규교육을 포기했다.

이후 헤르만 헤세는 서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밤마다 다양한 서적을 탐독하며 점차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그의 소설에서는 끊임없는 내면과 자아의 탐구, 혼란스러움, 내적 갈등, 방황 등이 녹아있다.


"브라만의 아름다운 아들이자, 젊은 매인 싯다르타는 집 그늘에서, 나룻배들이 있는 강둑 양지바른 곳에서, 사라수 그늘에서, 무화가 나무 그늘에서 브라만의 아들인 친구 고빈다와 함께 성장했다."
  
『싯다르타』는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의 일대기를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 아니다. 헤르만 헤세가 불교를 공부하고, 독자적으로 해석한, 어떤 젊은이의 방황과 깨달음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여기에선 깨달음에 이른 붓다인 '고타마'와 깨달음을 추구하는 '싯다르타'가 서로 다른 두 인물로 등장한다. 따라서 싯다르타의 생애라기보단, 헤르만 헤세가 재해석한 소설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전체적으로 나른한 문체로 되어 있어, 물 흐르듯이 흐름에 집중하고 있고,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름답게 수놓은 문장으로 인생의 진리를 찾으려는 싯다르타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싯다르타』에서 묘사된 사상은 엄밀히 말해서 불교라기보단, '범신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부족함 없이 자란 브라만 계급의 '싯다르타'는 지혜로운 스승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항상 진리에 목말라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행을 하는 '사마나'들과 만나 대담을 나누게 되고, 친구 '고빈다'와 함께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사마나와 함께 삼 년 동안 엄청난 고행을 하지만,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한다.
  
그 무렵, '고타마'라는 사람이 진리를 얻어 부처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고빈다와 고타마를 찾아나선다. 실제로 본 고타마는 목소리, 외모, 언행 등 모든 면에서 완전한 자 그 자체였다. 고빈다는 고타마의 제자가 되길 청했으나, 싯다르타는 깨달음은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의 진리 인식으로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빈다와 싯다르타는 헤어지게 되고, 혼자 남겨진 싯다르타는 강과 숲을 거닐다가 깨달음에 거의 이르렀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자신감에 찬 싯다르타는 감각적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도성에 방문한다. 도성에서 아름다운 기녀 '카말라'와 함께하며 쾌락에 빠지고, 상인 '카마스바미'를 만나 장사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이 흘러, 카말라는 늙기 시작했고, 부유한 재산도 점차 권태로워지자, 도성을 떠나 강가에서 방황했다.

싯다르타는 강가에서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던 뱃사공 '바수데바'를 만난다. 그와 뱃사공 일을 함께 하며, 시공간의 동시성과 자연의 광대함에 대해서 점차 이해하게 된다. 바수데바와의 소박한 삶은 싯다르타에게 안식을 가져다주는 듯 하다가, 고타마를 보러 온 카말라가 독사에 물려 죽는 것을 목격한다. 죽어가는 카말라와 회유한 싯다르타는 카말라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자식을 맡아서 키우게 된다.
  
어린 자식은 익숙하지 않은 강가의 삶에 불만이 많았고, 끊임없이 싯다르타와 갈등을 빚었다. 자식과의 갈등으로 번민하는 싯다르타는 자신이 완전히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음을 인식하고, 괴로워하고 절망한다. 결국 어린 자식은 돈을 훔쳐 자신의 품을 떠나게 되고, 자식을 찾기 위해 도성까지 갔지만 이내 그대로 돌아오게 된다.
  
싯다르타는 바수데바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강과 자연의 광대함을 인식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강은 단일성이며, 세상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옴'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고타마 세존의 입적 후, 불교 사상을 전파하던 고빈다와 강가에서 다시 재회한다. 고빈다는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으나, 단일성에 관한 선문답을 통해 싯다르타가 깨달음에 이름을 인식한다. 싯다르타의 얼굴에 붓다의 평온한 미소가 활짝 펴 있음을 인식하고, 고빈다는 싯다르타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경의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