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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도덕적 행위란 무엇인가? - 상대주의와 보편타당성

 




    흔히 도덕적 행위를 '착한 행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착하다'의 의미도 다소 모호할 뿐더러, 의도치 않게 결과적으로 '나쁜 행위'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 야식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었을 뿐인데,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용기가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아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나는 비도덕적인 것인가? 이처럼 현대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여, 사소한 일도 무수히 많은 사건들과 상호작용하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개별 행위만을 고려함으로써, 도덕적/비도덕적 행위의 여부를 오롯이 파악할 수 없다.
      
    아마도 '도덕적 행위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윤리학이 던지는 여러 질문들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에 따라 피터 싱어의 저서 『실천 윤리학』을 바탕으로, '도덕적 행위의 의미'와 '도덕의 필요성'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도덕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인가?


    흔히 도덕을 가리켜, '거짓말하지 말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다른 사람을 죽이지 말라' 등의 간단한 규칙들의 체계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규칙들은 현실의 삶 속에서 쉽게 지켜질 수 없기 때문에 도덕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의 삶은 '특수한 상황의 연속'이므로, 여러 규칙들이 상충됨에 따라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할 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거짓말하지 말라'라는 규칙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불치병으로 쓰러진 부모님의 소식을 병약한 동생에게 알리자, 동생도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도덕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일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수한 상황'에 대해 어떤 도덕적 규범이 해결책을 내는데 실패했더라도, '도덕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덕의 역할은 끊임없이 옳음과 좋음에 대해 탐구하고, 그 중에서 더 나은 선택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짓말하지 말라'라는 규칙이 모든 상황에 타당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한 규칙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거짓말하지 말라'라는 규칙이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접하여 실천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도덕은 사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인가?


    종교, 문화, 정치, 지역적 특색 등에 의해 수많은 사회는 저마다의 도덕 규범을 지닌다. 일부 사회에서는 '명예 살인'과 같이 우리 문화권에서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도덕 규범도 존재한다.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듯이, 사회에 따라 옳고 그르다고 간주되는 행위도 다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도덕이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상충되는 견해 중에 어떠한 것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어떤 행위를 결정한다면, 누구의 주장도 행위의 기준이 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것이 그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저 그 사람의 선호를 표현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상대주의를 따른다면, 사회에 반하는 신념을 지닌 사람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야 하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우주의 절반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인 행위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어떠한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도덕적 행위의 속성


    도덕적 행위가 정당화되기 위해선 나름대로의 일관된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혹은 그때 그때의 기분 상태에 따라 도덕적 행위가 결정된다면, 그것은 사실상 그 사람의 '감정 표현'과 다른 것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도덕적이라고 정당화하기 위해선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능하면 많을 수록 내 행동의 신뢰도는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 행위가 지녀야 될 가장 중요한 속성은 바로 '보편성'이다.
      
    보편적 기준에 호소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좋음과 나쁨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기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나의 선호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선호보다 중요해지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이 부분에서 행위의 동기만을 고려할 지, 행위의 결과를 고려할 지는 추가로 고민해 볼 문제이다.)

    도덕의 필요성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사는 것. 즉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 이후엔 인간에게 무엇이 더 필요할까?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은 생존과 안전, 사회적 욕구가 충족된 사람은 자연스럽게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로 향한다고 파악한다. 물론 이것이 따뜻한 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스포츠 경기만 봐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사람들이 잘못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단순히 지금 당장 배가 부르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들은 짧은 인간의 삶에서 '의미'라는 것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선구자들의 노력에 의해, 다행히도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쫓으면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윤리학이나 철학은 특성상 비판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냉소적이고 허무주의로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윤리학과 도덕에 의해 우리는 '우리의 실존'과 '존재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따뜻한 인류애를 지닐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배려하고 소통하며 함께 어울린다는 것.
    도덕적으로 우리의 행위가 틀리지 않았음을 정당화하고, 이기주의를 배격하는 것.
     
    오직 도덕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도덕은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