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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숀케 아렌스의 『제텔카스텐』

 


    새로운 학기마다 새롭게 수업 준비를 하는 것은 즐거우면서 동시에 지루한 작업이다. 매 수업마다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동기유발을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윤리 교과의 특성상, 사상가들의 이론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위키백과나 나무위키, 각종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참고하게 된다. 수업 준비 중 문득 '나만의 위키나 지식창고가 있으면 앞으로의 수업준비가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아이디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비롯되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어릴 때부터 쌓아온 잡학지식의 창고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만의 노트에 정리한 각종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다작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처럼, 나만의 '수업 아이디어'와 '수업 연구노트'를 모아놓고 활용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쌓아온 자료들을 정리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라는 기법을 발견하였다.

    본격적으로 수업 아이디어들을 모아놓기 앞서, 제텔카스텐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이 책을 구매했다. 


    "그 누구도 글을 쓰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은 독일어로, 제텔(Zettel)은 '노트', 카스텐(Kasten)은 '상자'라는 뜻이다. 제텔카스텐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다. 그는 살아생전 수 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는데, 약 30년간 거의 60권에 이르는 책을 썼다. 이러한 다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사용했던 종이 메모와 나무 상자를 활용한 '아이디어 관리 시스템' 덕분이었다.  
      
    니클라스 루만은 실제 종이에 메모를 남기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면서, 각종 아이디어와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오늘날은 훌륭한 디지털 메모 프로그램이 아주 잘 나와있기 때문에 니클라스 루만처럼 반드시 종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사실 제텔카스텐은 방법이 까다롭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이 책도 비슷한 내용들이 중복되어 있고, 대부분 노트 자료 정리의 유용성에 관련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제텔카스텐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언어'로 내용을 정리하고, '유의미하게 연결'하여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용 정리와 유의미한 연결 방법은 정답이 없으니,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자 속으로

      
    글쓰기는 학습, 학문, 연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거의 간과하고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글쓰기 책들은 모두 백지나 빈화면을 마주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메모'라는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고 있다.

    메모는 글쓰기 작업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매일 메모하고, 메모를 통해 생각난 것을 다시 메모하고 연결시키면, 백지와 빈화면의 공포는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글쓰기란 백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메모법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작업루틴을 설정함에 있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자기자신에게 어떤 구조를 강요함으로써 융통성을 잃게 한다. 진정한 통찰을 얻어내게 하는 학습은 '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축적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불씨가 된다. 즉, 글쓰기란 주장을 피력하는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성취하기 위한 주요 도구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없이, 스마트하게 메모하는 방법만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일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몇 가지 기본 원칙만 따르면 내용의 복잡성을 수용할 수 있다. 과제가 일상적인 루틴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글쓰기는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과제들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은 자신의 관심사들을 책을 읽으며 파고들고, 틈날 때마다 메모를 했다. 그는 메모한 종이를 모두 한 곳에 모아 메모상자를 만들고, 자신만의 체계적인 방식으로 상자에 모았다. 메모상자에 모인 생각들 중에 일부를 원고로 만들어서 발표하자, 즉시 '빌레펠트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로 제안받았다.
      
    니클라스 루만은 메모상자를 이용하여,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교수가 되기 위한 모든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30여년 간, 역서를 제외하고 총 58년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심지어 조교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메모상자만을 활용해서 다작을 할 수 있었다. 니클라스 루만이 스스로의 작업과정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만의 작업체계 덕분이었던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은 문헌 내용에 관한 짧은 메모를 모아둔 '서지메모 상자'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본 메모 상자'를 지닌다.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카드에 서지정보를 적고, 본 메모에 자신의 아이디어, 논평, 생각 등을 적었다. 아이디어마다 각기 다른 종이에 적었고, 내용은 한 면에만 적어서, 휙휙 넘겨가며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새로운 메모를 추가할 때마다 메모상자를 확인하면서, 관련성 있는 다른 메모들과 연결지었다. 또한, 새 메모와 기존의 메모에 링크번호를 추가하여, 전체 시스템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게 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메모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 메모들을 모아서 순서대로 정리하고, 이 메모들을 원고로 둔갑하고 정리하면 끝나는 것이다.  
      
    1) 임시메모 작성: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같이 생각을 상기시키는 임시메모를 작성한다.
    2) 문헌메모 작성: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반드시 기억하고 싶은 것이나, 나중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문구를 메모한다.
    3) 영구보관용 메모 작성: 메모한 아이디어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완전한 문장으로 가능한 짧고 명확하게 쓴다.
    4) 영구보관용 메모는 관련된 메모 뒤에 보관하고, 링크번호를 추가하여 나중에 찾을 수 있도록 한다.
    5) 주제, 질문, 연구 프로젝트를 시스템 내에서 상향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6) 아이디어들은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며, 이제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주제를 정하면 된다.  
    7) 모은 메모를 원고 초안으로 바꾸기 위해, 맥락을 살피고 메모를 이식하면서 주장을 구축한다.
    8) 완성된 원고를 편집하고 교정한 뒤, 다음 원고로 넘어간다.
      
    읽는 텍스트에 정확히 찾는 정보만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들을 메모하고, 메모상자에 추가함으로써 점점 발전시킨다. 읽고 메모하고, 메모상자 안에서 연결관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잉태될 수 있다.
      
    메모상자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걱정을 하기보다, 젖혀둔 아이디어를 꺼내기만 하면 된다. 메모상자는 생각의 틀이 되는 외부 발판을 제공함으로써 객관적인 정보 저장 기능을 도와준다. 메모도구를 사용할 때, 작업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최고의 도구라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즉,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법을 활용해서 가능한 최상의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네 가지 기본원칙

      

    1) 유일한 관건은 글쓰기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주제를 찾고, 관련된 문헌을 수집하며, 자료를 읽고 차리하여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글쓰기가 성공적이었다면, 운 좋게 괜찮은 결과를 얻은 것이라가 보아야 한다.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를 독자적인 연구로 보아야 한다. 무언가를 공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것을 글로 적어 읽힐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되기 위해선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진리는 글로 표현된 아이디어를 과학적으로 교류한 결과이기 때문에 지식의 생산과 발표는 분리될 수 없다.

    글쓰기에 집중하면 그럴싸하게 들리는 주자오가 실제로 좋은 주장을 판별하는 법을 금세 배울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적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가장 유효하고 관련성 있는 측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의 말로 바꾸어 쓰기 위해 더 열심히 몰두해서 읽음으로써 의미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글감으로 삼아야겠다는 명확한 동기를 갖고 모든 일에 임하면, 하는 일마다 깊이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할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면, 독서법, 사고방식, 그 외 다른 지적기량도 모두 향상될 수 있다.

    2)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

      
    아이디어의 힘은 단숨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연구결과가 즉각적인 의미를 지니도록 밑줄을 치고 여백에 적는다. 이런 식으로 작업하면, 여러 장소에 각기 다른 수많은 메모가 남겨지고, 글을 쓸 때마다 메모 위치를 떠올려야 한다. 메모상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같이 넣고, 동일한 포맷으로 표준화하여 간소화함으로써 통찰에 이르게 한다.
      
    메모상자가 무차별적으로 추가되면 가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임계치 달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임시메모: 정보를 상기시키는 역할만 하기에 어떤 식으로든 써도 된다.
    - 영구보관용 메모: 절대 버리지 않으며, 필요한 정보를 늘 같은 곳에, 바로 인쇄가 가능하도록 정확하게 기록한다.
    - 프로젝트 메모: 특정한 프로젝트에만 관련된 메모로, 프로젝트별 폴더에 보관한다.
      
    모든 메모를 영구보관용 메모로 취급하면 임계치에 도달할 수 없다.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된 메모만 모으면,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든 메모를 임시메모로 취급하면, 금세 메모 뭉치가 엉망진창이 되고, 오히려 자료가 더디게 쌓인다.
      
    올바른 메모는 많이 모을수록 유익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수 있게 한다. 임시메모는 하루이틀 안에 검토해서, 나중에 활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메모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영구보관용 메모는 하나하나가 충분히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어떤 글에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영구보관용 메모는 아이디어를 상기시키는 것을 넘어서, 글의 형태로 구현된 생각이나 아이디어 자체가 된다. 표준화된 포맷에 모든 메모가 같은 식으로 보관됨으로써, 복잡한 문제가 제거되고 글쓰는 과정이 쉬워질 수 있다.

    3) 맨 땅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는 법

      
    거의 모든 글쓰기책이 주제선정을 첫 번째로 꼽지만, 글쓰기는 선형적이고 순차적인 것이 아니다. 관심이 가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지적활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계속 축적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기록을 통해 다양한 주제, 질문, 주장을 볼 수 있고, 작업할 자료가 손쉽게 딸려 나올 수 있다. 스마트한 메모를 통해 글쓰기를 순환적으로 하면, 오히려 주제가 너무 많아질 수 있다.

    4) 흐름을 타고 나아가기

      
    좋은 작업흐름은 선순환으로 쉽게 바뀌어 동기부여가 되고, 현재 하는 작업을 더욱 즐길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경험보다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것은 없다. 시의적절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만이 어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성장적 사고방식은 칭찬과 같은 외적 보상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하는 내적 보상에서 기쁨을 얻는다. 성장적 사고방식은 많은 피드백 루프를 실행함으로써 작업을 향싱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자신이 읽은 내용을 자기 말로 다시 쓴다면, 이해된 내용을 선명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메모상자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어우러지게 만들어 통찰을 생성한다. 우리 뇌로 연결된 정보가 많을 수록 새로운 정보가 결합하기 쉬워, 학습하기가 더 쉬워진다. 뇌와 마찬가지로, 메모상자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자신의 이론을 심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게 한다.

    성공적인 글쓰기에 이르는 여섯 단계

      

    1) 분리하기와 연결하기

      
    우리 주변에는 주의를 분산시킬 것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집중력 지속시간을 훈련할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멀티태스킹은 작업의 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손상시킨다. 따라서 멀티태스킹을 피하고,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것들을 제거하여, 다양한 과제가 서로 간섭하지 않게 해야 한다.
      
    교정, 집필, 개요잡기는 생각을 결합시키고 발전시키는 것과는 다른 과제이다. 학술적 글쓰기는 전 영역의 주의력이 필요하며, 글쓰기 기술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모두 적용하여 익힐 수 있다. 계획이나 선형적인 다단계 규정을 따르기만 해선 누구도 생산적인 글쓰기 기술을 배울 수 없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자유롭게 의사결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지식을 이미 내면화했기에, 규칙을 기억하거나 선택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직관에 의존해서 무엇을 할 지 알 수 있다. 이 때, 메모상자는 뚜렷이 분리할 수 있고, 상호 연결되어 있어서, 즉각적인 피드백과 연습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주의력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메모기법을 활용하여 묶음들을 의미있게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메모상자를 활용하면 전문가들처럼 행동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따르면, 미완의 과제는 과제가 완료될 때까지 단기기억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 그 과제를 관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도록, 신뢰할 수 있는 외부시스템을 갖추어 보관해야 한다. 시스템이 갖추어졌다면, 그 과제를 계속 명심할 필요없이 중단시점에서 다시 꺼내 쓸 수 있다. 의지력은 금세 고갈되고, 회복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므로, 메모상자와 같은 속임수를 써서 대처해야 한다.  
      
    연구와 글쓰기를 체계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결정의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작업시간 중에 결정해버리는 가짓수를 줄이기 위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체계의 시스템을 정해야 한다. 가짓수를 줄이면, 정신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더욱 유익한 과제에 집중할 수도 있다. 우리의 뇌는 휴식을 취해야만 그동안 쌓인 정보를 처리하여 장기기억으로 옮기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2) 이해를 위한 읽기

      
    훌륭한 보고서는 훌륭한 원고 초안을 다시 고쳐쓰기만 하면 되고, 훌륭한 원고 초안은 메모를 텍스트로 바꾸면 된다. 일련의 메모를 연속된 하나의 텍스트로 바꾸기만 하면 되므로,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만 하면 된다. 메모상자는 일종의 아이디어 발전소로, 지적발달과 함께 나란히 발전하며 사고방식이 풍부해진다. 충분한 고민을 거친 메모들을 선형적 순서로 바꾸기만 해도 최종 텍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의 특정 맥락에서 발췌하는 아이디어들은 자기만의 언어로 옮겨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아무 메모도 하지 않으면, 글쓰기 측면에서는 독서를 전혀 하지 않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손글씨로 쓰는 것이 이해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는 손글씨가 더 느리고 신속히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상대적으로 필기속도가 빠르지만, 거의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적기 때문에 이해력이 떨어진다.
      
    우리의 삶은 '확증편향'이 있어서, 이미 아는 내용을 확증해주는 성향의 출판물을 주로 읽는다. 확증편향을 방어하기 위해선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모으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많이 안내되는 가설-주제설정은 확증편향이 걷잡을 수 없이 만연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메모상자를 활용하면, 메모상자 간의 열린 연결관계에 집중함으로써 확증편향을 방어할 수 있다. 메모상자의 반증적 데이터는 메모상자 안에서 더 많은 연결가능성과 논의가능성을 열어준다.  
      
    영구보관용 메모를 남기는 것은 단순 연습이라기보단, 여러번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와 같다. 전체적으로 패턴을 볼 줄 안다면, 독서가 쉬워지고, 요지를 빨리 파악하며, 더 많이 읽으며 이해력이 향상된다. 광범위한 지식보다는 질문, 주장, 정보의 틀을 재조립하여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 때, 스마트한 메모법으로 찬찬히 연습하면서, 관련된 기량을 습득할 수 있다.
      
    '단순 노출 효과'에 의해 한 번 읽은 내용을 다시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했다고 스스로 속는 경우가 있다. 아이디어를 글로 옮겨적는 것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써보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게 된다. 학습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해하며, 오래된 아이디어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요구한다. 어떤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그 답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단순한 다시 읽기는 이해나 학습 측면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장 잘 증명된 성공적인 학습법은 자세히 설명하며 적는 것이다. 메모상자를 활용하여 작업한다는 것은 우리 머리 대신 메모상자 안에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이 아니다. 메모상자는 세부사항과 문헌정보를 관리하여, 정보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장기기억 자원이다. 메모상자로 인해 우리의 뇌는 핵심, 심층 이해,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며, 자유롭게 창조에 전념할 수 있다.

    3) 스마트하게 메모하기

      
    학술활동 경험이 많은 독자는 텍스트를 읽을 때 다른 접근법과 연결지으려 노력한다. 텍스트 내의 특정 정보를 더 큰 프레임이나 주장 안에서 해석할 능력이 없으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핵심 내용을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다른 아이디어들과 어떻게 연결할 지 생각해야 한다.
      
    하루에 일정량의 메모를 쓰는 것으로 목표를 정하면, 합리적인 시간 안에 임계치에 달하는 아이디어를 구축할 수 있다. 영구보관용 메모를 작성하는 것은 스스로를 테스트하면서 정신을 정리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기존의 메모를 참고하면서 메모를 적는 것은 내부 기억 속 동원가능한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메모상자 안의 메모가 많을수록 다양하게 연결지을 수 있고, 연구해야 할 질문들이 더 많이 촉발된다. 여러 질문들과 가능성 있는 연결 관계를 글로 써서 명확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연구 조사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외부 기억 장치로 옮겨놓으면, 이를 잊어버려도 되기 때문에 장기적 학습을 용이하게 
    망각이 없다면, 우리 뇌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기억으로 넘쳐나서, 주변의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장능력은 노력으로 향상될 수 없지만, 대부분의 학습목표가 고립된 사실들을 기억하는 것을 중시한다. 저장능력 대신 검색능력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신호가 기억검색을 촉발할 지 전략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학습했다는 것은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으로, 새로운 정보를 의미하는 방식으로 사전지식과 연결한 것이다. 메모를 작성하여, 메모상자에 분류하는 작업은 더 넓은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와 같다. 메모 간의 링크를 추가하고, 메모는 반드시 색인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하며, 아이디어들을 격자형으로 구축해야 한다.

    4)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새로 작성한 메모는 기존의 관련 있는 메모 바로 뒤에 둠으로써 계층적 서열없이 무수히 많은 연속물로 확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서브 시퀀스로 출발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후속 메모를 끌여들여 주요 주제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메모 시퀀스가 느슨하게 짜여 있으면, 자유롭게 작업경로를 변경하여 복잡성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메모상자는 확장된 기억장치일뿐이기에 매체로 사용하는 것이지, 생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선형적 자료에서 정보를 추출한 뒤, 새로운 패턴이 나올 때까지 섞은 다음, 다시 새로운 선형적 텍스트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메모를 메모상자에 추가한 다음에는 반드시 나중에 이 메모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색인을 적어야 한다. 이 때, 메모상자는 기록저장소이기보단, 생각에 활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메모들 사이의 연결관계를 참고해야 한다.
      
    대부분의 메모는 다른 메모를 통해 찾게 되므로, 색인에 '엔트리 포인트'를 지정하여 네트워크 안에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메모에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개요를 마련하고, 다른 메모와 연결되는 링크를 생성하면 엔트리 포인트가 생긴다.
      
    키워드를 배정할 때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관심있는 주제를 항상 참고해야 한다. 
    키워드를 정함으로써 해당 메모를 더 깊고 상세하게 다른 메모들과 연결할 수 있다.
      
    패턴이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두 주제 사이의 링크가 다수 구축되면 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외부에 연결을 구축함으로써 구조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고, 심사숙고하여 검증가능한 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메모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모순점, 역설, 상반되는 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한다. 끊임없이 메모를 비교함으로써 작업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약점을 밝혀낼 수도 있다.
      
    메모상자에 지식을 저장하고, 메모를 추가하여 연결하는 동안 격자형으로 얽혀있는 정신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 메모상자의 연결관계를 신중하게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우리의 머릿 속에도 똑같은 연결관계가 만들어진다.
      
    우리를 새로운 통찰로 이끌어주는 것은 어떤 관행에 대한 정통한 지식에서 나오는 직관이다.
    아이디어를 원래의 맥락에서 해방시켜, 메모상자 속 다양한 맥락과 연결하기 위해 영구보관용 메모를 만들어야 한다. 메모를 단 하나의 포맷으로 구체적으로 표준화함으로써, 창의적인 방식으로 여러 메모를 비교하고 결합할 수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들은 일관된 이론으로 묶여, 엄청난 복잡성을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메모상자를 사용하여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며, 선택지를 적게하고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선택하느라 허비되었을 많은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게 된다. 창의성과 과학적 진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구조와 제약의 결핍이다.

    5) 통찰 공유하기

      
    글쓰기는 매일 쓰며 연결된 메모들을 연속된 텍스트로 바꾸는 작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뇌는 당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은 끝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무엇인가를 읽을 때마다 메모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정하기 때문에 글쓰기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글감이 될 주제를 찾기보다, 글쓰기를 통해 만들어 낸 문제들에 공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메모상자를 요람삼아 탄생한 문제들은 가능성 있는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서 테스트를 거친 것이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욱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의 작업을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 코스를 변경할 수 있으려면 큰 과제가 작고 구체적으로 쪼개져야 한다. 텍스트의 구조를 짜서 유연하게 유지하고, 동시에 다양한 원고를 작성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어떤 주장 안에서 아무 기능도 없는 부분을 단호히 삭제하는 것이다.

    6) 습관화하기

      
    오래된 습관을 깨뜨리려 노력하기보단, 낡은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을 전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인가 읽을 때마다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메모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메모하는 루틴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이를 영구보관용 메모로 만들어 다른 메모와 연결해야 한다. 새로운 루틴을 개발하면, 옳다고 느끼는 일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