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의 기본 구조이자 활동이 되는 단위를 '세포'라고 한다. 모든 세포는 성장하면서 분열하고, 분열로 개체수를 늘리며,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이 때, 아직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어느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는 세포를 '줄기세포'라고 한다.
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는 어떤 종류로도 분화할 수 있어서, 신체 장기, 근육, 피부까지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미래의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1.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구분된다. 성체줄기세포는 우리의 몸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세포를 제공해주며, 분화가 안정적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탄생한 '수정란'에서 유래하며, 분화가 불안정하여 암세포로 변이될 위험이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초기 착상되기 전의 배아이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었으면 4~5일 후에 '배반포'를 형성한다. 배반포에는 '내세포괴'라는 세포 덩어리가 있는데, 이러한 세포 덩어리들이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쳐 배아를 형성한다. 배아는 임신기간을 거치면서 하나의 개체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체 조직들의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내세포괴의 세포를 배반포에서 분리하여, 특정한 환경에서 배양하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더 이상 분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조직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증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쉽게 줄기세포 성질을 상실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배아줄기세포는 증식력이 강하고, 지속적인 실험과 임상적인 사용을 위해 무한히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이야기되는 암 세포 형성은 추후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란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정란을 생명으로 간주한다면 생명을 훼손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으므로, '생명 시작의 기준'을 엄격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2. 생명 시작의 기준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배아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배아는 잠재적인 인간으로서, 그대로 자궁에 착상된다면 인간으로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명의 시작을 어디부터 간주할 지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작은 세포가 자라나서 인간의 생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준은 언제부터일까?
수정이 이루어지기 전, 정자와 난자부터 생명이라고 간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생명에 보수적인 관점을 지닌 가톨릭에서도 정자와 난자가 아니라, 수정란부터 인간 생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생명 시작의 기준에 대한 여러 가지 입장이 있지만, 요약해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정자와 난자
- 수정란
- 의식이 발생한 순간
- 태동이 느껴지는 순간
- 태아의 체외 생존 가능성
- 출생 이후
가톨릭의 엄격한 입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수정란을 생명 시작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어보인다. 불가피한 사고에서 어린 아이와 수정란 중 한 명만을 구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어린 아이를 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정란이 인간이 될 가능성을 지닌다는 이유로 배아줄기세포를 반대한다면 또 다른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금욕주의, 독신주의, 피임 등 잠재적 인간을 형성하는 모든 행위도 같은 논리로 거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세포가 잠재적으로 인간 생명체로 자랄 것이 자명하다고 해서, 그 세포를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 간주하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의식이 발생한 순간이나 태동이 느껴진 순간, 체외 생존 가능성 등을 생명 시작의 기준으로 삼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을 생명 시작의 기준으로 삼으면, 의식이나 움직임이 없고, 생명 유지 장치 없이는 살 수 없는 환자들의 생존권도 마찬가지로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난임부부들이 아이를 가지기 위한 기술로 '시험관 아기'가 사용되고 있다.
시험관 아기 기술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인공수정한 뒤,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다. 수정란이 잠재적 인간으로 간주된다면, 정자와 난자도 언제든지 시험관에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정란을 생명 시작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같은 논리로 정자와 난자도 생명 시작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무기물인 돌멩이끼리 아무리 결합시켜도 생명체가 나오지 않듯이, 정자와 난자가 생명과 전혀 무관하다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받아들인다면 개별적인 정자와 난자도 생명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처럼 과학 기술과 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인간 생명의 기준을 확립하는 기준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아직은 생명 시작의 기준에 대한 공통된 논의가 규정되기는 어렵겠지만, 윤리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담론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