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줄거리를 잘 알고 있음에도 다시 읽으면 또 재밌고, 관점에 따라 새롭게 해석할 수도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군웅할거, 삼고초려, 도원결의, 읍참마속 등 매체에서 자주 보이는 사자성어들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천하대세란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또 반드시 나누어지는 법이라 했으니, 주나라 말년에 일곱 나라로 나뉘어 다투다가 진나라로 통일이 되고, 진나라가 멸망한 뒤에 초나라와 한나라가 다투다가 다시 한나라로 통일되었다."
삼국지를 꼭 소설로 읽지 않더라도, 만화나 영상 등 직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삼국지는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에 모든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긴 어렵다. 다만, 정발된 여러 판본 중에서 왜 하필 황석영 『삼국지』를 선택했는지 작성해보고자 한다.
처음 읽었던 삼국지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전략 삼국지』였다. 총 60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었지만, 적절하게 내용을 생략하고 특유의 만화적 연출로 재미있게 읽었다. 『전략 삼국지』는 무려 17년 동안 연재가 되었고, 지금도 짤방으로 많이 활용되는 만큼 인지도가 높다. 다만, 제갈량 사후에 급전개가 되어서 바로 촉의 멸망으로 내용이 마무리 된 점이 아쉬웠다.
중학생이 되면서,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소설 형식으로 된 삼국지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이문열 평역 버전의 『삼국지』였다.(현재는 개정판이 나와서 위 표지에서 변경되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이문열 작가를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으로 이문열 작가가 정말 필력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을 특유의 필체로 유려하게 풀어내고, 중간중간 작가가 개입하는 연출이 특이하기도 했고 매력적이었다. 다만, 『전략 삼국지』보다 더욱 후반부가 급전개되고, 작가의 의견이 너무 개입되다보니 갈수록 부담스러워졌다.
다른 버전에 비해 황석영 버전이 가지는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만담꾼이 저잣거리에서 이야기를 전하듯이, 흥미진진하게 내용을 풀어낸다.
2. 실제 역사와 소설의 중간 정도의 느낌을 주는 깔끔한 번역체가 돋보인다.
3. 중간중간 한시(漢詩)가 삽입되어 있어, 교양적인 느낌을 준다.
4. 극적인 상황을 묘사한 삽화가 삽입되어 있어, 몰입도를 높인다.
5. 제갈량 사후를 충실히 묘사하여, 사마 가문이 정권을 잡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어느 번역본이든 한 번쯤은 삼국지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미 읽어보았다면, 다른 버전으로도 한 번 더 읽어보길 권한다. 그만큼 삼국지는 현대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