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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랭크 허버트의 『듄』 - 듄, 듄의 메시아, 듄의 아이들



    1965년에 출간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대하소설 『듄』은 여러모로 장르소설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거대한 우주은하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세 봉건제국와 무슬림을 주요 소재로 하여 독특한 구성의 이야기를 광대하게 풀어가고 있다.


    "칼라단 성의 따뜻한 밤이었다. 26세대 동안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집이었던 이 오래된 돌성은 날씨가 바뀌기 전의, 땀이 식은 듯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저자 프랭크 허버트는 환경운동가이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1959년 오리건 주에서 모래언덕을 조사하다가 『듄』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사막의 척박한 '생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듄』의 세계관 창조에만 5년 정도 시간을 소요했다. 『듄』에서 묘사하는 생태 환경이 매우 생생한 것은 바로 그가 직접 체험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프랭크 허버트는 엄청난 상상력으로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 그 자체를 창조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수많은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다.
      
    처음 책을 구매하면,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 권당 7~900페이지에 이르는 데다가, 무려 6권까지 출간되어있다. 또한 문체도 상당히 건조하고 딱딱하여, 읽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편이다.
      
    상세히 묘사된 사막행성 '아라키스'는 정말 우주 어딘가 존재하는 듯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완독하는데 오래 걸릴 수 있지만, 프랭크 허버트의 광대한 세계관을 엿보기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만하다고 생각된다.



    1권 - 『듄』

      
    먼 미래, 인공지능 기계와의 전쟁 이후 인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상호 합의한다. 이에 따라, 은하 제국은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마침내, 컴퓨터를 능가하는 초인적인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어떤 물질'을 발견했다. 그 물질은 '스파이스(멜란지)'라고 하는 물질로, '아라키스'라는 사막 행성의 특이한 환경에 의해서만 나온다.

    스파이스는 인류의 잠재력을 개방하여, 예지력, 수명연장 등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준다. 이에 따라, 스파이스를 활용하여 기존의 인공지능 기계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자들을 양산했다.(인간 컴퓨터 '멘타트', 유전 공학으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종교집단 '베네 게세리트', 초공간항법기술을 활용하는 '길드 항법사' 등)
      
    자연스럽게 아라키스 행성은 전 우주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지만, 특유의 척박한 환경으로 정착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이고, 바다와 강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래 위에 산맥 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라키스엔 일부 산맥이나 바위 분지에 수맥이 존재하긴 하지만, 표면 온도가 섭씨 70도를 넘는 극한의 환경이다.

    은하 제국의 황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풍요로운 '칼리단'을 떠나, 모래행성 아라키스를 다스리라고 명한다. 그러나 실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멸족시키려는 '하코넨 가문'의 계략으로, 황제와 결탁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결국 속임수에 빠진 '레토 아트레이데스 1세'는 하코넨의 함정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되고, 가문은 산산조각난다. 그의 부인인 '레이디 제시카'와 어린 아들인 '폴 아트레이데스'는 겨우 살아남아 사막으로 몸을 숨긴다.
      
    사막에는 오래된 아라키스의 거주민인 '프레멘 족'이 살고 있었다. 프레멘들은 사막 환경에 철저히 적응하여, 조금의 수분도 낭비하지 않는 고유의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특수한 기구를 활용하여, 배설물을 포함하여 몸에서 나오는 모든 수분을 정화하고, 종족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한다.

    프레멘 부족은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모래벌레인 '샤이-훌루드'를 신이자 창조자로서 간주하고 있다. 샤이-훌루드는 땅 속에 있는 바위와 모래를 분쇄하기 위한 결정질로 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는 거대한 생명체다. 샤이-훌루드가 자라는 과정에서 스파이스가 생성되기 때문에 샤이-훌루드와 아라키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프레멘은 샤이-훌루드를 신성시하면서도, 훈련된 방법으로 이동수단으로 타고 다니기도 한다.
      
    폴과 제시카는 프레멘 족을 만나지만, 고도의 전투능력과 기지를 발휘하여 프레멘의 일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폴은 스파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쿼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하게 된다. 제시카는 '베네 게세리트'로서, 유전 공학을 활용하여 수백년 간에 걸친 음모를 꾸미는 마녀 집단의 일원이다. 베네 게세리트는 전 우주와 시공간을 초월한 예지적 존재인 '쿼사츠 해더락'을 양성하기 위한 음모를 꾸며왔다. 그러나 진심으로 레토를 사랑한 제시카는 자신의 집단을 배신하고, 폴을 잉태한다. 그렇게 우연히 태어난 폴 아트레이데스가 베네 게세리트가 오랜시간 꿈꿔왔던 '쿼사츠 해더락'이었던 것이다.
      
    각성한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의 말과 행동, 앞으로의 움직임, 하나하나 모든 것에 자신을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 것임을 예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빌려, 우주에 엄청난 종교 전쟁이 발생할 것임을 예지하고 고뇌한다.
      
    2년 후, 프레멘들은 폴 아트레이데스의 이명인 '무앗딥'을 숭배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 프레멘들로 인해 아라키스에서 스파이스 생산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결국 은하제국의 황제는 직접 아라키스에 방문한다. 이 모든 것을 예지하던 폴은 황제가 방문한 순간, 모래폭풍과 샤이-훌루드를 이용하여 모조리 제압하고, 황위를 얻게 된다.
      
    폴은 정당한 황위의 권위를 얻기 위해 기존의 황제의 공주 '이룰란'과 형식상 결혼하나, 프레멘인 '차니'가 사실상 본실과 다름없다. 그렇게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된 폴 아트레이데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듄』은 마무리된다.


    2권 - 『듄의 메시아』  

      
    1권보단 다소 짧은 분량으로, 전쟁보단 정치 군상극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2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1권을 읽고도 흥미가 생긴다면 2권까지는 읽어보길 추천한다. 3권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유는 후술한다.
      
    '폴 무앗딥'이 황제가 되고, 무앗딥의 이름을 빌린 종교전쟁이 자행되면서 수많은 행성들의 시민들이 희생당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앗딥에게 절대 복종하는 세력과 반란을 꿈꾸는 세력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황제 가문이었던 '코리노'와 '이룰란 공주', 수수께끼의 '사이테일', 길드 항법사 '에드릭'이 조심스레 폴의 암살을 꾸민다. 이룰란은 폴의 첩 차니에게 피임약을 계속 먹이면서,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러나 폴은 차니가 아이를 낳으면 죽게 될 운명임을 예언하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한다.
      
    그들은 다양한 음모를 꾸미며 폴의 황권을 위협하는데, 결국 금지된 무기까지 사용하여 폴을 장님으로 만든다. 폴은 장님이 되었지만 미래에서 본 예지력을 활용하여, 마치 눈이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니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차니는 어렵게 쌍둥이를 잉태하지만 결국 운명대로 쌍둥이를 낳고 죽게 되고, 폴은 그 충격으로 예언 능력까지 잃어버린다. 암살 음모를 작당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며, 폴이 가진 모든 권력과 재산을 노린다.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폴과 폴의 아이들은 시공간을 넘나들어, 시야까지도 공유하는 초월체적 자아를 지닌다. 즉, 폴의 아이들도 폴과 같은 예지 능력을 타고 났다. 이에 따라, 폴은 아이들의 미래 시야를 빌려 암살자들을 모두 죽인다.

    프레멘의 풍습에 따르면, 장님은 사막으로 추방당해야 한다. 폴은 자신이 추방당하는 것 만이 다가올 끝없는 종교전쟁을 막고, 자식들이 프레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예지한다. 사실 폴이 걸었던 길은 이미 폴이 모두 예지했던 것이며, 유일하게 폴이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선택지였던 것이다. 이윽고, 폴은 사막으로 사라지며, 마침내 자신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폴 아트레이데스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폴의 자식인 두 쌍둥이에게로 제국의 흐름이 넘어가게 된다.


    3권 - 『듄의 아이들』

      
    2권으로 깔끔하게 폴 아트레이데스 일대기가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시리즈의 인기로 인해 후속작들이 연재됐다. 이 이야기는 폴의 아이들과 사막에서 다시 돌아온 폴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폴의 쌍둥이 자식은 폴의 예언 능력을 물려받았지만, 너무나 어렸기 때문에 폴의 여동생인 '엘리아 아트레이데스'가 섭정이 된다. 엘리아도 베네 게세리트의 피를 물려받아, 모든 과거의 존재와 자아를 공유하고 있지만, 오빠만큼 능력이 강하지 않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숨겨진 비밀로, 베네 게세리트의 유전 공학적 설계로 인해 폴과 엘리아는 하코넨 가문의 피가 섞여있었다. 이에 엘리아는 점차 하코넨에게 자아를 잠식장하며, 결국 완전히 통제권을 빼앗겨버리고 폭정을 일삼는다.
      
    폴의 자식인 '레토 아트레이데스 2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쿼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한다. 그리고 '황금의 길'을 걷기 위해 모래송어(샤이-훌루드의 유충)와 융합하여 인간을 초월하게 된다. 엘리아는 레토와의 일전 끝에 결국 자아를 되찾게 되고, 하코넨의 자아를 이겨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레토는 엘리아의 뒤를 이어,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후 시리즈는 『듄의 신황제』, 『듄의 이단자들』, 『듄의 신전』 총 6부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3부까지만 읽고 책을 덮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프랭크 허버트가 시리즈를 최종적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 끊임없이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고, 예언을 엿보는 모습을 묘사하는 문장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진다.
    3.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장황한 문체가 더욱 심화되면서 상황을 이해하기 점차 어려워졌다.
    4. 1~2권에서 충분한 완결성을 갖춤에도 불구하고, 굳이 3부 이상으로 늘리는건 사족처럼 느껴졌다.
    5. '골라'라는 복제인간을 등장하면서, 자꾸만 과거에 퇴장한 인물들을 무익하게 재등장시킨다.
    6.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고유명사는 글을 읽는 내내 학습의 필요성을 느껴 피로하게 만든다.
      
    방대한 스케일과 상상력, 스페이스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초반의 참신함은 잃은 채, 세계관에 오히려 가둬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2부에 성공적으로 퇴장한 폴 무앗딥이 3부에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것에서 정이 확 떨어졌다.
      
    『듄』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1권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생각이 들면, 2부까지만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