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에세이]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 리벳 실험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하여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도덕적,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자유의지'가 허상이라면, 지금까지의 도덕과 법률은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살펴볼 '벤자민 리벳'의 '리벳 실험'은 자유의지에 대한 충격적인 결과를 말해준다.


    리벳 실험(Libet Experiment)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벤자민 리벳은 '리벳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에 참가하여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25달러를 받았다.)


    리벳 실험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1)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착용한다.
    2) 시계의 위치를 확인한다.
    3) 버튼을 눌러야겠다는 의지가 발생한 순간의 시간을 기억한다.
    4) 버튼을 누른 뒤, 실험자에게 의지가 발생한 시간을 보고한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버튼을 눌러야겠다는 의지'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뇌가 '근육의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었지만, 뇌의 활동은 실제 행동보다 1초 ~ 0.2초 정도 빠르게 나타났다.) 즉, 의식적 의지보다 무의식적 뇌의 반응이 더욱 빠르다는 것으로, 인간의 자유의지가 허구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왔다.

    리벳 실험(Libet Experiment)의 의미



    리벳 실험을 극단적으로 가정해보면, 어떤 사람이 앞으로 취할 행동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 리벳 실험이 결론이 정말 사실이라면, 자유의지에 기반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세워야 할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를 예지하여, 사전에 방지하는 '프리 크라임 시스템'이 존재한다. 프리 크라임 시스템에 따라서,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도 합법적으로 체포할 수 있다. 리벳 실험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프리 크라임 시스템과 유사한 제도가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리벳 실험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존재한다. 리벳 실험은 실험 참가자가 시계를 보고 시점을 파악하는데, 이 과정이 엄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타이머를 사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측정해본 결과,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고 한다. 또한 버튼을 눌러야겠다는 의지는 '기대감'과 관련된 것이지, 실제로 버튼을 누를 것을 준비하는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인즈의 추가 실험


      
    리벳 실험은 수많은 논쟁을 낳았고, 관련된 논문은 1,000개에 육박했다.
      
    2007년, 하인즈 교수의 연구팀은 '네이처'에 리벳 실험과 관련된 새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하인즈 교수팀의 실험은 14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였고,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1) 왼손과 오른손으로 자유롭게 하나씩 버튼을 누른다.
    2) 정해진 시간을 주지 않고, 원할 때마다 버튼을 누른다.
    3)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니터에 나오는 알파벳을 기억한다.
    4) fMRI로 뇌의 변화를 측정하여, 뇌 부위의 변화를 측정한다.
      
    하인즈의 실험 결과는 리벳 실험의 결과보다 더욱 충격적이다. 무려 행동을 취하기 10초 전에 이미 뇌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리벳 실험의 결과가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버튼을 누를 지 예측까지도 가능했다.(이러한 예측은 무려 6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신경 과학자들은 해당 실험의 결과들을 다양하게 해석한다.
      
    -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결정되며, 인간의 의식은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의사결정 과정은 뇌의 임의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며, 자유의지는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 뇌는 무의식적으로 행위를 요구하긴 하지만, 인간은 의식적으로 이를 거절할 수는 있다.
      
    신경 과학에 따르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지금껏 경험하여 쌓인 외부 데이터들에 의해 구성된 뇌의 자극으로 나온다고 한다. 어떤 관점을 택하든,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의 무의식적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외부 환경을 접하는 지에 따라서 앞으로의 생각과 행동은 바뀔 수 있다. 즉,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환경 자체는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행동을 오롯이 우리의 의지만으로 제어할 수 없더라도, 좋은 행동을 만들기 위해 좋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환경과 좋은 경험을 하는 삶을 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