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나온 물리학 교수의 말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논리정연하면서도 눈높이를 대중의 시선으로 낮춘 친절한 과학적 설명들이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떨림과 울림』은 과학을 철학과 인문학의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물리 현상들을 딱딱하게 설명하기보단 철학적 예시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김상욱 교수가 철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과학이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고등학교 이후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김상욱 교수의 강의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서재에 한권씩 과학 관련 서적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물리학이 관심을 보이는 여러 분야들을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설명해준다.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이제 막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들, 그리고 이미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분주한 존재들
1) 빛
우주는 어둠으로 충만하다가, 우주가 탄생한 후 약 38만년이 지나서야 빛이 나타나게 되었다.빛은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 뇌에서는 빛이 일직선으로 진행한다는 가정 하에 물체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빛은 시속 10억 8,000만 km의 속도로 움직인다.(299,792,458km/s) 빛은 일정한 속력을 지니고,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 전체의 96% 이상이 어둡다. 우리는 태양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빛이 충만하다고 느낄 뿐이다.
2) 시공간
139억년 전, 빅뱅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 함께 발생했다.시간과 공간은 측정 결과 얻어진 결과물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길어지고 길이가 짧아진다.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정의'만 되어 있으면 시공간의 개념을 정확히 복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 때, 빛의 속도가 불변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기준을 빛으로 정하게 되었다.
3) 우주
우주는 시공간과 물질로 구성되어, 자연법칙에 따라 흘러간다.아직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빅뱅이 발생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우주는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에 따라 온도가 낮아지며 각종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빛은 물질과 분리되면서 우주의 끝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다.
빅뱅의 순간, 빈 공간에서 물질을 만들어낼 만큼의 강렬한 에너지가 나왔고, 동시에 반물질도 태어났다.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정도 많이 생성되는 비대칭으로 인해 세상이 형성되었다.
원자들이 덩어리를 형성하면, 엄청난 온도와 압력이 발생하여 핵융합반응이 시작되고 별이 탄생한다. 별이 되지 못한 입자들은 우주먼지와 함께 모여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되고, 그 곳에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4) 원자
주위의 모든 것은 원자들의 모임이며, 사물의 특성도 원자들의 배열 방식에서 온다.인간의 사유도 원자로 만들어진 몸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다. 원자는 불멸하기 때문에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자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회전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는데, '양성자'의 수에 따라 원자의 종류가 정해진다.
생명 현상의 모든 것은 원자들의 운동으로 이해될 수 있다.
5) 전자
1898년, 조지프 톰슨은 진공관에 전극을 넣어 번개를 만드는 실험으로 '전자'를 발견했다.전자는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로, 색이나 모양이 없고, 모두 동일하다. 원자핵 주위의 수많은 전자들의 배치가 원자의 특성을 결정한다. 즉, 모든 물질의 특성을 정한다. 원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물체들은 똑같이 만들기가 불가능하지만, 전자의 수준으로 내려가면 완전히 동일하다. 우리가 보는 물질은 그 자체가 실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형상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다.
6) 미토콘드리아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생명에 살 수 있도록 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 내 기관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먼 옛날, 세포핵이 없는 원핵동물이 다른 세균을 삼켰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공생하게 되었다. 삼켜진 세균은 세균 내부의 물질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을 '미토콘드리아'라고 부른다.
미토콘드리아 덕분에 생명이 복잡하게 진화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노화와 죽음도 함께 발생하였다.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1) 최소작용의 원리
짧은 시간 간격으로 촘촘이 이어진 인과율의 연쇄로 인해 우주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물체의 운동경로가 주어지면 작용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 작용량을 최소로 만드려는 경향이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진화론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행위는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것에 불과하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저 특정 위치에서 원자가 발견될 '확률'만 알 수 있다. 물리법칙은 원자 수준에서 확률만을 알려주며, 생명도 이러한 확률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진화는 우연히 일어났지만, 우연으로 선택된 수많은 시간의 연쇄에 의미를 부여하면 필연이 될 수 있다. 우주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굴러가지만, 그러한 의도 자체는 인간이 해석한 것일 뿐이다.
2) 카오스
뉴턴역학은 시간에 따른 천체의 위치변화를 정확히 관측하고 기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뉴턴역학에 따르면, 한 순간의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다음 순간을 알 수 있다. 뉴턴역학의 규칙은 미래예측이 쉬운 '선형'과 규칙성 없이 무작위로 나오는 '비선형'으로 나뉜다. 비선형은 '카오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명 위치는 결정되어 있으나,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오스를 보이는 물리계는 초기 조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비효과'가 나타난다. 카오스가 있다면, 초기 조건에 상관없이 동전을 던지면, 결국 50:50이라는 통계적 결과로 가게 된다.통계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통계적 상태에 도달하면, 초기 조건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기 때문에 엔트로피는 무지의 척도이다.
3) 엔트로피
뉴턴의 운동방정식만으로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과거에서 미래로 간다는 것은 상태를 이루는 경우의 수가 작은 상황에서 많은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엔트로피가 0인 단 하나의 가능성만 있는 상태에 도달한다. 하나의 입자는 시간의 방향이 없는 절대시간 위를 움직이며, 수많은 입자가 모일 때 비로소 시간이 흐르게 된다.
4) 양자역학
보어의 이론에 따르면, 원자 내의 전자는 특별한 반지름을 갖는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전자는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점프하며, 점프할 때마다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기 위해선 '시작에너지'와 '끝에너지'가 필요하다. 시작에너지를 가로방향, 끝에너지를 세로방향으로 늘어세우면 '행렬'이 되므로, 원자는 곧 행렬이다. 행렬역학은 원자를 추상적인 수학구조로 보고, 파동역학은 원자를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빛과 충돌하여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빛을 보고 알아낸 위치에는 이미 전자가 없다. 누구도 전자에 교란을 주지 않고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 '측정'으로 인해 전자가 교란되어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자가 여기저기서 발견될 확률을 '파동'이라 한다. 전자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결과를 모아보면 슈뢰딩거 방정식의 확률분포와 완벽히 일치한다.
5) 이중성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파동의 성질을 지니지만, 빛의 에너지가 특정값의 정수 배로만 존재하는 입자의 성질도 지닌다. 전자나 원자도 빛과 같은 이중성을 지니므로,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상보성'의 특성을 보인다.
관계에 관하여
1) 중력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중력'이라는 힘으로 서로를 끌어당긴다.질량이 있으면 주변에 '중력장'이 존재하고, 질량이 움직이면 중력에 변화가 생겨 중력장의 '진동'으로 전달된다.
운동법칙(F = ma)에 질량이 등장하는 이유는 가속되는 사람이 느끼는 힘이 중력과 같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정지한 사람과 움직이는 사람의 시공간이 다르다. 가속되는 동안 시공간에 연속적인 변형이 생기고,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중력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 전자기력
중력은 입자의 질량에 의해 일어나고, 전자기력은 전하에 의해 일어난다.전하는 양(+)과 음(-)이 있어서 중성으로 상쇄되지만, 질량은 음이 없기 때문에 상쇄되지 않는다. 어딘가 양전하가 존재하면 바로 음전하를 끌어당겨 총 전하량이 0이 되기 때문에, 전자는 19C 이후에야 발견되었다. 패러데이는 전하와 자석 주위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의 존재를 예측했고, 맥스웰은 이를 방정식으로 구했다.
전하가 있으면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지고,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에 우주에 빈공간은 없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은 우주 구석구석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3) 맥스웰 방정식
자석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이 존재하고, 전하가 존재하면 주위에 전기장이 생긴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하가 있다면, 그 주위에 전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전류가 있다면 자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려준다.'패러데이 법칙'에 따르면, 전기장이 만들어지면 전하가 힘을 받아 움직이며 전류가 흐르게 된다. 전하가 있거나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만들어지고, 전류가 있거나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전자기파에 의해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며 공간으로 진행한다.
전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제어하는 것으로, 축전기와 코일로 전기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모든 에너지는 형태만 바뀌게 된다. 모든 전기 장치는 축전기, 코일, 저항의 조합으로 구성되고, 이는 맥스웰 방정식에 기반한다.
4) 환원과 창발
대상을 부분으로 나눈 다음, 이들로부터 전체를 이해하려는 '환원주의'는 물리학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원자로 되어있지만, 원자 각각을 들여다보아도 소화불량의 원인을 알아낼 수 없다.원자가 많아지면 뭔가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것을 다루는 '통계 물리학'이 등장하였다.
얼음이 물이 될 수 있듯이, 물질의 '상 전이'를 통해 새로운 속성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를 '창발'이라고 한다.
환원주의와 창발주의는 여러 학자들이 대립하고 논쟁하고 있는 주제이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진실을 알려준 환원주의와 새로운 법칙을 발견한 창발주의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즉,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지만, 부분 없이는 전체가 존재할 수 없다.
5) 응집물리
원자들이 서로 만나 결합할 때, 가장 먼저 전자와 만나게 된다.구성 원자들이 규칙적 배열을 갖는 것을 '결정'이라고 한다. 결정을 이루는 각 원자껍질의 전자들은 이웃 원자들의 전자들과 맞대어 전체에 스며든 뒤, '띠'를 이룬다.
물질에 전기장을 걸면, 별다른 변화가 없는 '부도체'와 전류가 흐르는 '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부도체와 도체의 구분은 '전자의 띠'에 의해 결정된다. 도체에 전원을 연결하면 전류가 흐르고, 저항이 작아야 전기가 잘 통할 수 있다.
전자는 원자라는 규칙적인 방해물이 있어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운동할 수 있다. 불순물이 들어가 원자배열의 규칙성이 깨지면, 운동에 방해가 되고 저항을 받는다. 이 때,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특정 물질의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주는 떨림과 울림
1) 에너지
뉴턴역학에 따르면, 등속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에너지는 영원불변하고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줄어든 운동에너지는 '퍼텐셜에너지(위치에너지)'로 바뀐다. 마찰은 진자의 운동을 방해하고,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주변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 '열 에너지'로 바뀐다.
호흡은 유기물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고, 유기물은 음식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다. 높은 에너지 상태의 유기물은 대부분 식물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구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라 할 수 있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헬륨이 되는 '핵융합반응'으로 에너지가 생성된다. 수소의 에너지는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할 때 만들어진 것이므로, 결국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기원하였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시간에 대한 대칭에서 기원하고, 공간에 대한 대칭은 운동량 보존 법칙을 주었다.
우주의 모습은 '대칭'에 의해 드러나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을 만들 때 대칭부터 고려한다. 대칭이 많으면 간결해지고, 이론의 아름다움은 대칭의 간결함에서 오기 때문에, 올바른 이론은 적합한 대칭성을 지닌다.
2) F = ma
빈 공간인 '진공'에서 모든 물체는 운동하고 존재할 수 있다.운동은 위치의 변화로, 위치의 변화가 없는 것도 '정지'라는 운동 상태이다. 위치는 공간과 물체 사이를 나타내고, 연속적인 위치 변화는 '선'으로 표현될 수 있다. 3차원 공간 상의 위치는 가로, 세로, 높이를 나타내는 세 개의 숫자인 '좌표'로 표현될 수 있다.
외부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 때,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한다. 운동법칙과 같은 법칙들은 인과율을 가정하여 나온 것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수학은 자연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술하기 때문에, 수학이 없으면 물리도 없다.
3) 단진동
정지한 물체도 전자현미경으로 본다면 미세한 '단진동'을 볼 수 있다.파동은 단진동의 모임으로, 뇌의 활동도 수많은 전기신호의 진동이기 때문에 인간은 단진동으로 소통하고 인지할 수 있다. 단진동은 물체가 평형상태에 머무르려는 속성이 있을 때 일어난다. 단진동은 진동수와 진폭으로 기술되고, 각 물체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진다.
대부분의 운동을 단진동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주기가 무한대인 '카오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연구 결과,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이 파동이 아니라, 파동이 물질의 본질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물리학은 세상이 아주 작은 끈으로 되어있어, 작은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초끈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떨림이라고 할 수 있다.
4) 인간
우주의 모든 물질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쿼크, 렙톤, 게이지 보손, 스칼라 보손이라는 기본입자들의 모임이다.우주의 원자세계에는 양자역학, 거시세계에는 고전역학이 적용되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기술해야 한다. 세상은 원자들이 물리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결합하고 분열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원자들이 결합한 것을 '분자'라 하지만, 분자 역시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특별한 재료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원자들의 모임일 뿐이다. 분자들 가운데 '탄소화합물'은 복잡하고 긴 구조물을 쉽게 형성하고,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방출한다.
38억년 전, 지구상 어딘가에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화학반응의 복합체가 탄생하였다. 복합체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자신의 구조를 유지하고, 그 구조를 같은 형태로 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 생명체는 포도당이라는 탄소화합물을 산소와 결합시킨 뒤, 이를 태움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인간과 같은 동물은 포도당을 합성할 수 없다. 이는 식물이 가능하다.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화학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해하여 당으로 재조립한다. 식물은 태양빛으로 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고, 산소를 부산물로 내보낸다.
최초의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하여, 결국 인간에 이르게 되었다. 인간은 의미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