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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영원한 삶은 바람직한 것인가? - 홍해파리와 텔로미어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라고 하며, 평균 수명은 83.3세라고 집계되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함과 동시에 비건강수명 또한 증가하면서, 평균적으로 16년을 건강하지 않게 보낸다는 자료도 있다.
      
    2021년도 기준으로 31만 7,8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통계적인 죽음은 크게 와닿지 않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은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영원히 사는 생명체가 있을까?
    과학 기술이 발전된다면 영원히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위의 질문들에 대답해보면서, 영원히 사는 삶은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홍해파리



    홍해파리는 지중해와 일본 수역에서 볼 수 있는 0.5 ~ 1cm 정도의 작은 해파리이다.
    1994년, 홍해파리를 연구하던 이탈리아의 교수가 실수로 홍해파리를 수조에 몇 달간 방치한 적이 있었다. 수조를 청소하려고 하자, 다 죽었으리라고 여겼던 홍해파리들이 새끼의 형체로 살아있던 것을 발견했다. 이후 5년 간 홍해파리의 일생을 관찰하자,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세포를 형성하여 어린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성숙한 홍해파리는 밖으로 뻗어있는 촉수를 몸 안 쪽으로 밀어넣은 뒤, 48시간 이내에 어린 해파리로 돌아간다.
    이 때 어린 해파리는 성숙한 홍해파리와 유전적, 생물학적으로 완전하게 동일한 존재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줄기세포에서 갈라져 나온 세포가 분화를 이루면서 변화한다. 그러나 연구 끝에 홍해파리는 분화가 끝난 세포가 다시 줄기세포로 돌아가는 '교차 분화'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홍해파리는 자연사를 안하는 것일 뿐이지, 자체 생존력은 아주 약하다. 작고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대부분은 잡아먹히거나 환경 변화 등으로 죽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상태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홍해파리는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홍해파리를 연구하여 교차 분화의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면, 
    인간의 노화와 관련된 유의미한 진전이 있지 않을까?

    텔로미어

      

    텔로미어는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각 DNA의 말단에 위치한 소립자로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다. 운동화 끈 끝에 위치하여, 운동화 끈이 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신발 구멍에 잘 들어가도록 하는 '애글렛'과 유사하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손상을 방지하고, 다른 염색체와 결합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길이가 점차 짧아진다. 만약 텔로미어가 영원히 닳지 않는다면, 세포 역시 무한히 증식하게 되어 쉽게 암에 걸리게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1961년, '헤이플릭 박사'는 세포의 분열이 무한정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이후에는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약 6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고 한다.

    1982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엘리자베스 헬렌 블랙번' 교수는 염색체 말단을 구성하는 '텔로미어'의 존재를 확인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이상 짧아지면 더 이상 세포 분열이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만약 텔로미어가 더 이상 짧아지지 않으면서, 암 발생을 막는 물질이 개발된다면 아주 혁신적일 것이다. 벡스터 줄기세포 생물학 연구소의 '헬렌 블라우'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실험에 따르면, 암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인간 텔로미어 길이를 수 천년 이상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바닷가재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스스로 복구하면서 탈피를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나간다. 바닷가재가 자신의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방법은 '텔로머레이즈'라는 효소가 텔로미어 부분의 DNA를 합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닷가재는 탈피할 때마다 점점 껍질이 단단해지고 무거워진다. 즉, 결국엔 자신의 껍질에 짓눌려서 탈피에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텔로미어를 늘리면서 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역설이 있다.

    죽음에 관한 연구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조절 작용을 적절하게 개입한다면,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현상인 '노화'를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하고,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기업이 있다.


    '알토스 랩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투자하여 유명해진 스타트업 기업이다. 과학자들에게 기본 연봉 100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제시하면서, 공격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유전학자들을 영입하고 있다. 알토스가 연구하는 유전자 기술은 세포에 단백질을 주입해, 세포가 다시 줄기세포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만들고자 한다. 관련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간의 수명이 최소 50년 이상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구글은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고자 '칼리코'라는 바이오 기업을 설립했다. 이들은 연구 결과를 극비로 하면서, 공식적으로 어떠한 연구 결과도 발표하지 않으며, 언론 취재도 거부하고 있다.
      
    MIT에서 칼리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테크놀로지 리뷰'지에 따르면, 칼리코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 '효모'와 같은 생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세포 변형을 막는 물질을 만들어내며,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효모는 나이든 세포에서도 증식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돋아나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엔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없으나, 얼마 전 새로이 지원금 1조원이 투자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무언가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한 것인지, 왜 그렇게 연구 결과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결론

      
    죽음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원한 삶도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영원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인식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개념이다. 따라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에게 영원한 권태감을 가져올 것이다.
      
    홀로 영원히 살게 된다면,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영원한 슬픔일 것이기 때문에 결국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사회적 관계가 없는 삶은 사회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영원히 산다면, 조금만 생각해봐도 극심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은 발전을 멈추고, 어떤 상태에서 더 이상 나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든 채로 영원히 살게 된다면, 기력이 없어서 무엇인가를 할 의지조차도 없을 것이다.
    젋은 채로 영원히 살게 된다면, 발전적인 것을 쫓지 않고 쾌락과 향락에 빠져 살게 되지 않을까?


    인생은 영화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다.
      
    벚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벚꽃은 짧게 피어나고, 금세 지기 때문이다.
    조화보다 벚꽃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꽃은 지기 위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도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무상하게 느껴지는 삶 속에서 한 점 의미를 남기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어 순간의 삶을 추억하듯이, 우리의 인생도 죽음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