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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도덕과 윤리의 차이점 - Moral과 Ethics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다. 중학교에서 배운 '도덕'과 고등학교에서 배울 '윤리'의 차이점도 그러한 질문 중 하나이다.
      
    일상에서는 도덕과 윤리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수업을 할 때 종종 두 용어를 혼용하여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의 의미가 완전히 동일하다면 굳이 두 가지 용어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덕과 윤리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단어의 어원과 오늘날의 쓰임새를 조사해보았다. 이에 따라 도덕(道德, Moral)과 윤리(倫理, Ethics)의 어원을 동서양적으로 분석하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정의한 교과의 성격을 살펴본 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고자 한다.


    동양에서의 도덕윤리


    도덕(道德) - 道: 길 (도), 德: 덕 (덕)

    를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辶: 걸어갈 (착), 首: 머리 (수)

    머리는 있는데, 몸통은 없다. 즉, 道란 '누군가 잘린 머리를 갖고 길을 걷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액땜을 하기 위해 포로의 목을 잘라서 나아갈 곳으로 향한다는 약간 섬뜩한 뜻으로서, 이는 고대 중국의 주술적인 풍습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사람이 나아갈 올바른 길'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을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彳: 걸어갈 (척), 罒: 눈 (망), 心: 마음(심)

    눈을 뜨고 마음을 살피며 걷는다. 즉, 德란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는 것은 눈으로 또렷하게 보고, 마음으로 분명하게 살펴야 한다. 이는 눈보다 마음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로부터 '큰 품성을 지닌 마음의 역량'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道와 德의 의미를 종합하여 도덕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행위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윤리(倫理) - 倫: 인륜 (륜), 理: 이치 (리)

    을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亻: 사람 (인), 亼: 모일 (집), 冊: 책 (책)

    사람들이 모여서 볼 수 있도록 책에 기록한다. 즉, 倫란 '칭찬할만한 행위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켜야 할 관계를 책에 기록하였다는 것으로, 인간 관계의 질서를 뜻하는 '인륜'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를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玉: 구슬 (옥), 里: 마을 (리)

    玉은 구슬 세 개(三)를 실에 꿰어(丨)놓은 모양이고, 里는 농토(田)를 중심으로 흙(土)을 쌓아 올려 줄줄이 집을 짓고 사는 모양이다. 이는 옥은 줄줄이 늘어선 마을과 같이 땅 속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이다. 옥의 결을 따라 가공해야 비로소 옥을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옥을 잘 가공하다'에서 '다스리다'는 뜻이 발생하였고, 이윽고 '이치'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倫과 理의 의미를 종합하여 윤리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의 도덕윤리


    Moral - Mores

    Moral은 '관습'이라는 뜻의 라틴어 'Mores'에서 유래하였다. Mos는 '개인의 기질'을 의미하며, Mores를 복수형으로 지닌다. 여기에서 Mores는 '사회 안에서 적합한 개인의 행위'라는 확장된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Ethics - Ethos

    Ethics은 고대 그리스어 'Ethos(ἔθος)'에서 유래하였다. Ethos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새로이 해석한 개념이다. Ethos는 원래 사람들이 모여사는 장소를 의미한다.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이 때, 품성이 올바른 사람의 말이 더욱 신뢰성과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여기에서 Ethos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신뢰감'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살펴볼 경우, Moral과 Ethics는 모두 '공동체 구성원 간에 지켜야 할 관습'이라는 뜻을 지닌다. 사실 어원적으로는 라틴어 Mores와 그리스어 Ethos는 거의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점차 융합이 되고, 서기 4세기경 로마인들이 'Moralitas'라는 용어를 만들었던 것이다. 즉, 서양에서는 크게 Moral과 Ethics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역사적 흐름과 문화 발달에 따라서 점차 Moral과 Ethics의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Ethics는 철학적 연구 분야를 지칭하는 것이며, Moral은 Ethics의 연구 대상이라고 이해된다. 이에 따라 Moral은 '예의바른 행동을 구분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 Ethics는 '올바른 행동을 근원적으로 규명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공통 과목인 '도덕', 일반 선택 과목인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과정 총론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도덕'에서는 인성 핵심 가치를 내면화하고 실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에서는 주요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을 바탕으로 도덕적 민감성과 추론 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학교 도덕에서는 특정한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의 행위 규범 등을 가르치는데 초점을 둔다. 교과서 내용만으로 수업을 하면 20분 내외로 소단원이 끝나버린다. 따라서 도덕 수업은 반드시 활동식 수업을 동반해야 한다. 그러한 유의미한 도덕적 활동을 통해 '도덕적 정서'와 '실천 의지'를 기를 수 있다는게 중학교 도덕의 요지이다.
      
    고등학교 윤리에서는 특정한 도덕적 문제 상황을 정당화하는 규범적 근거를 가르치는데 초점을 둔다. 가령,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는게 공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상가들의 다양한 입장을 설명한다. 어떤 사상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분배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대답할 것이고, 다른 사상가는 사회적 약자가 우선적으로 분배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각 사상가들의 주장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타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 각자가 지닌 생각에 따라 의식화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 여러 사상가들의 주장을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사회를 성찰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고등학교 윤리의 요지이다.

    결론


    처음에 언급했듯이, 도덕과 윤리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용어를 구분해놓은 까닭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그렇지 않다면 도덕1, 도덕2, 도덕3, 도덕4처럼 계속해서 단계를 높여갔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도덕과 윤리의 어원 및 교육과정의 정의를 바탕으로 도덕과 윤리 교과의 목적을 한 마디로 결론짓고자 한다.
      
    도덕은 아직 자신만의 가치관이 분명치 않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행위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윤리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분명히 다져갈 학생들에게 어떤 행위가 옳은 것인지 정당화할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이 점이 도덕과 윤리의 차이점이자, 분명하게 구분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도덕'은 행위 규범적 측면에서, '윤리'는 학문적 측면에서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