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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후세계는 존재할까? - 팸 레이놀즈의 임사체험





    죽음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삶에서 쌓아온 수많은 것들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다. 죽음 이후의 삶, '사후세계'는 누구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저마다의 사후세계를 제시하며, 사후세계가 실존한다고 주장한다.
      
    사후세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믿음'의 영역이다. 많은 과학자는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은 뇌에서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하고 있다.
      
    아마도 사후세계와 가장 근접한 과학적 연구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과 관련된 연구일 것이다. 임사체험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죽음을 경험했다가 깨어난 사람들의 체험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웠을 환자들을 소생시키는 사례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임사체험의 빈도수도 점차 늘고 있다.
      
    임사체험의 의미와 가장 유명한 임사체험의 사례인 '팸 레이놀즈'의 경우를 통해 사후세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NDE)이란?



    1892년, 스위스의 저명한 지질학자이자 등반가였던 '알베르트 하임'은 알프스를 등반하던 중 큰 사고를 당했다.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지만, 그는 소위 말해서 '임사체험'이라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슬픔과 불안, 고통, 절망을 느끼기보단, 기분이 차분해지고 더 이상 죽음이 두려워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임사체험을 계기로,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사례들을 수집했다. 이를 통해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죽음에 대해 안정적이고 평온한 감정을 느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1970년대 미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임사체험 연구가 진행되었다.

    정신과 의사 '레이먼드 무디'와 '퀴블러 로스'는 각각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사례들을 수집한 뒤, 책을 출판하여 화제가 됐다.
      
    임사체험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개인차가 있지만, 공통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유체 이탈 - 터널 체험 - 저승 경험 - 빛 체험 - 인생 회고 - 장벽 만남 - 육체 회귀>

    '죽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모두가 동일한 임사체험을 하지만, 문화에 따른 자신의 주관에 의해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아랍인들에겐 장벽이 사막의 형태로 나타나고, 폴리네시아 섬 사람들은 넓은 바다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물질적 삶을 버리고,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이웃을 도우면서 지혜와 지식을 끊임없이 쌓아가고자 한다.
      
    신경 과학자들은 임사체험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임사체험은 뇌 안에서만 벌어지는 복잡한 현상이며, 죽음을 앞두고 엔돌핀이 과다 분비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결핍되어 시각 뉴런의 오류로 환각이 보이는 것, 측두엽 이상 현상 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팸 레이놀즈(Pam Reynolds)의 사례


      
    임사체험의 사례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팸 레이놀즈(Pam Reynolds)'이다.
    팸 레이놀즈는 당시 35세였던 싱어송라이터로서, 1991년 뇌동맥류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인 수술을 하기엔 뇌동맥류의 위치와 크기가 까다로워서, '저체온 순환정지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를 받았다. 저체온 순환정지법은 환자의 체온을 15도까지 내린 다음, 심박과 호흡을 정지시킨 다음에 뇌파를 평탄하게 한다. 의료진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팸 레이놀즈의 머리 혈액을 빼내고, 뇌동맥류의 적출을 실시했다.
      
    팸 레이놀즈는 수술로 뇌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의 의식은 신체에서 빠져나와, 일종의 임사체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술을 마친 후, 수술 중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상세히 이야기하는데, 묘사가 매우 정확했다.
      
    우선 뇌사 상태에 도달한 이후에 갑자기 의식이 분명해지는 느낌이 나면서, 갑자기 자신의 영혼이 몸으로부터 튕겨져나왔다. 그녀는 공중을 부유하면서, 수술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몸을 분명하게 보았는데, 의사들과 간호사들 간의 대화도 들었다. 새로운 수술방법인만큼 처음 보는 수술도구가 많았을 텐데도, 전기 칫솔과 같이 생긴 수술도구들의 외형을 정확히 묘사했다. 간호사들이 "동맥이 너무 얇아요."라고 말한 것도 정확히 언급했으며, 이후 갑작스레 터널로 빨려들어가 빛을 만났다고 한다.

    빛 속에서는 돌아가신 할머니, 삼촌, 친척들과 자신이 잘 알 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 명씩 분별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을 하며,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면서 다시는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 그녀의 삼촌이 돌아가야 한다고 팸 레이놀즈를 밀쳤고, 얼음물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수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팸 레이놀즈의 임사체험은 여러 임사체험과 관련된 기록 중 가장 상세하고 정확한 의학적 기록이 남은 사례이다. 그녀의 뇌파 활동은 수술 중 계속 측정되고 있어서, 단순 측두엽 발작 등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증명될 수 있다. 또한 수술 중에는 안구 건조를 막기 위해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귀에는 특수한 효과음을 내보내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았다고 말하는 수술기구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상자 안에 있었으며, 사전에 결코 알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팸 레이놀즈의 임사체험 사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일종의 '마취 인식'으로 수술 중에 의식을 회복하는 흔치 않은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묘사한 것들은 얼마든지 상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우연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BBC 브리스톨은 팸 레이놀즈의 임사체험을 2002년 《The Day I Died》라는 제목으로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결론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이별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하나의 세계의 종말이다. 그 사람과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모든 세계는 그것으로 끝나게 된다.
      
    아직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아이들에게 죽은 이후에 어떻게 될 지 물어보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대답한다. 이처럼 사후세계라는 개념은 나이, 시대, 문화 등을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도, 돌아가신 어른들을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사후세계는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없기 때문에 존재를 확신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과 지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죽은 뒤의 삶이 무(無)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슴으로는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유한하고, 결국에는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프니까 말이다.
      
    팸 레이놀즈의 임사체험이 사후세계를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라면,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어디에 모여 있는 것일까?
    영혼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면, 수많은 영혼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