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렇지만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죽음은 최고의 수수께끼이다. 죽음은 우리가 결코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렵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사후세계는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없기 때문에 믿음과 종교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죽음 이후의 세계는 무(無)라고 간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현세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벳 사자의 서』는 불교의 세계관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고, 죽음에 임하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설하고 있다.
"이것은 죽음의 순간에 나타나는 투명한 빛으로 사자(死者)를 인도하는 방법이다."
『티벳 사자의 서』는 죽음 이후 윤회와 해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티벳 사자의 서』의 원제는 『바르도 퇴돌(Bardo Thodol Chenmo)』이다. '사후 세계의 중간 상태에서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종교학 교수인 '에반스 웬츠'는 구도자의 길을 걷는 중, 티벳 승려 '라마 카지 다와삼둡'의 제자로 입문했다. 라마 카지 다와삼둡은 영어, 티벳어, 산스크리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학승이었다.
『티벳 사자의 서』는 1919년 라마 카지 다와삼둡이 영어로 번역했고, 에반스 웬츠가 편집을 맡았다. 에반스 웬츠는 사후 세계를 다루는 『이집트 사자의 서』와 유사한 느낌을 받고, 제목을 『티벳 사자의 서』로 옮겼다. 그리고 1927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최초로 인쇄가 된 뒤, 곧 서구 사회에 알려지며 큰 반향을 얻었다. 특히 유명한 심리학자 '칼 융'은 이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이 책의 해설서까지도 작성하였다.
파드마삼바바는 인도 최고의 대학인 '나란다 불교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탄트라'라고 불리는 밀교의 신비주의적 의식에 정통한 종교 지도자였다.
파드마삼바바는 3년의 긴 여행 끝에 티벳의 히말라야 설산에서 여러 경전을 가져왔다. 그는 곧 경전을 티벳어로 번역하기 시작했고, 수백 장이 넘는 분량의 책이 백 여권에 이르렀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기에 경전의 내용을 공개해버리면, 원래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채 주술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전을 통한 깨달음은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파악하고, 경전이 훼손되지 않도록 히말라야 동굴 깊숙한 곳에 한 권씩 숨겼다.
파드마삼바바의 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계승하였다. 제자들은 윤회를 거듭하며, 적절한 시기에 동굴에서 책을 찾아냈다. 그들은 '보물을 찾아내는 자'라는 뜻인 '테르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로부터 1,200년이 지난 현재, 테르퇸들이 찾아낸 경전은 65권에 이른다고 한다.
위의 내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티벳 사자의 서』는 주술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해설과 주석이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다시 윤회하여 환생할 때까지 49일이 걸린다고 파악한다.(49재) 죽은 뒤 윤회하는 세상은 일곱 개가 있으며, 각 세상에는 일곱 단계가 있어, 총 49개의 정류장이 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망자를 49일 안에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시신 옆에서 『티벳 사자의 서』를 읽어준다. 즉, 『티벳 사자의 서』는 망자의 나침반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불교의 윤회 사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불교는 착하게 살면서 업(業)을 쌓아, 내생에 인간으로 환생하는 것을 궁극적인 경지로 간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을 고통으로 바라보고, 집착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해탈'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즉, 더 이상 윤회하지 않고, 타오르는 번뇌의 불꽃을 완전히 불어 끄는 '열반'의 경지를 지향한다.(열반निर्वाण의 뜻 자체가 '불어서 끄다'라는 뜻이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들은 끝없이 일어나는 욕망으로 인해 선정(禪定)에 들기 어렵다. 지혜를 얻지 못한 채 죽는다면, 자신을 비추어주는 진리의 빛을 알아보지 못한 채 허둥지둥 도망친다. 그렇게 점차 어둠과 공포의 환영들을 경험하면서, 쫓기듯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티벳 사자의 서』는 사후 세계를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죽음의 순간의 '치카이 바르도', 존재의 근원을 체험하는 '초에니 바르도', 환생의 길을 찾는 '시드파 바르도'가 그것이다.
임종 순간에는 밝은 진리의 빛이 드러나는데, 현세에서 충분한 수양을 한 사람들은 즉시 빛을 따라가 해탈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죽었다는 사실 자체에 혼란스러워하다가, 점차 어둠 속으로 빠지게 된다. 심지어 환영은 공포스럽게 나타나는데, 사지가 찢어지고 끔찍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환영은 너무나 생생하고 공포스럽기 때문에 현실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후 세계에서 보이는 환영들은 사실 우리의 욕망과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49일 간의 사후 세계 동안 이 모든 것이 환영임을 깨닫는다면 해탈할 수 있다. 하지만 깨닫지 못한 자들은 끝없는 공포 속에 세상에 다시 태어나길 원하고, 자궁 속으로 들어가 다시 출생하게 된다.
『티벳 사자의 서』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
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는 믿음의 영역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윤회와 해탈을 믿거나 믿지 않든, 이 책은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