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금욕주의나 고행을 하는 사람들도 금욕과 고행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서점을 가보면, '행복'을 다루는 자기개발서가 쌓여있고, 온갖 영상물이나 명상과 같은 방법으로 행복을 설파한다.
『행복의 기원』은 행복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진화 생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행복에 대해 가지는 기존의 통념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친절한 문장으로 천천히 인도한다. 그리고 현대 과학이 밝혀낸 뇌의 기능을 바탕으로 행복을 설명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어려운 내용을 아주 쉽고 분명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글의 흐름을 따라 술술 읽다보면, 어느새 결론에 도달해있고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게 된다. 본인도 이 책을 통해 '진화 생물학'과 '신경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도 다양한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의 가장 큰 결정 변인은 '유전'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지적해온대로 행복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즉, 행복은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것으로, '행복감'이라는 것은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좌우되는 존재이다. 모든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생존을 지향하는 것처럼 인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평균적으로 지능이 높을 뿐이지,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인간과 침팬지의 분화는 600만 년전에 이루어졌지만, 인간이 문명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6,000년 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적 윤리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최고의 목적'을 행복이라 규정한다. 그러나 우주는 물리적 법칙을 통해 아무런 이유 없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 또한 그러하게 발생했다. 즉, 인간은 행복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하는가? 그것은 행복이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의 뇌는 쾌감 신호가 자주 울리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쾌락과 불쾌의 신호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게 되고, 새로운 생존의 기회를 포착하게 한다. 즉, 행복한 사람은 '장기적인 생존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은 '외로움'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 중, 뇌가 급격히 커진 시기는 집단생활을 시작할 때와 맞물려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 뇌가 발달하였다. 점차 뇌는 생존에 필요한 경험을 하도록 유인하는 신호를 방출하게 되었다.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것 처럼, 집단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것은 고통스럽다. 따라서 식욕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야만 한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 그 자체가 기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인정이 기쁜 것이다. 즉, 인간은 '특유의 사회성'으로 인해 다른 동물과는 다른 놀라운 생존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리 감격스러운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일상의 일부가 되어서 희미해진다. 따라서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약 3개월에 불과하다. 그래서 행복에 있어 중요한 점은 복권 당첨의 행복처럼 강렬한 것보다,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를 맞는 것이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졌냐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행복은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다.(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순간은 무척 행복하겠지만, 대학 생활이 너무 힘들다면 더 이상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생존이기 때문에 생존자원을 비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금세 소멸되는 행복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단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유전과 50% 이상 관련이 있다. 따라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보통 더 행복감을 느낀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극을 추구하며, 높은 자기 확신을 갖고 있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있다. 통계에 따르면, 자신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하루의 약 72%를 다른 사람과 보낸다. 반대로 불행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하루의 약 48%를 다른 사람과 보낸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동시에 사회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된다.
물질 구매는 빠르게 적응되고, 타인과 자꾸 비교하는 습성을 지닌다. 경험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감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같은 돈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이 타인과의 결속력을 높임으로써 행복감을 더욱 상승시킨다. 즉, '나눔과 배려의 삶'이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자원을 확보해주는 셈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설계되있다.
뇌는 사람들과 사랑할 때 행복이라는 부산물을 주기 때문에 생존은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나라가 집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한국보다 중남미 국가가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있더라도 스스로 더욱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집단주의 문화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높은 추진력을 보이나, 심리적 자유감이 낮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노는 것 만큼 순수한 즐거움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사람만큼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없다.
인간의 뇌가 사회성을 지향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신경과 주의를 많이 쓰게 된다. 뇌는 그러면 그럴 수록 더욱 큰 피로감과 불안감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사람은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이지만, 나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오직 남을 위해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행복한 삶은 반드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쾌락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고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