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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자료]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

 



    사랑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노래와 영화, 드라마, 소설은 '사랑'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우리는 일생동안 우정, 동료애, 연인과의 사랑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한 외로운 과학자가 연구한 '원숭이 애착 실험'을 통해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해리 할로우(Harry F. Harlow) 박사



    해리 할로우 박사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일생동안 사랑과 관련된 심리를 연구했다. 그가 조지아 대학 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우연히 새끼 원숭이들이 천 기저귀를 꽉 붙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식욕과 스킨십 중 어떤 것이 더욱 강렬한 욕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이에 인간과 94%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붉은털원숭이' 4마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애착 실험'을 진행했다.

    애착(Attachment) 실험



    해리 할로우 박사의 '애착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1) 갓 태어난 붉은털원숭이를 어미로부터 격리시킨다.
    2) 격리된 붉은털원숭이들은 각각 두 가지의 다른 우리에 들어가도록 한다.
    3) 한 쪽 우리는 철사로 되어있지만, 우유가 나오는 어미 모형을 둔다.
    4) 다른 쪽 우리는 헝겊으로 되어있지만, 우유가 없는 어미 모형을 둔다.
    5) 붉은털원숭이가 어느 어미에서 시간을 보내는 지 관찰한다.
      
    두 우리에서 키워진 붉은털원숭이들은 모두 '헝겊어미'를 선택했다. 배가 고프면 '철사어미'로 가서 우유를 먹고, 나머지 시간은 헝겊어미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심지어 공포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자, 헝겊어미 쪽에 꼭 붙어 안겨있기도 했다.
      
    해리 할로우 박사는 조건을 추가하여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헝겊어미에게 우유가 나오게 하자, 철사어미와 강제로 함께 지낸 붉은털원숭이들은 소화불량과 잦은 설사를 했다. 헝겊어미를 없애버리고 공포자극을 주자, 철사어미로 가지 않고 실험실 구석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헝겊어미에 붙어 있는 붉은털원숭이들에게 차가운 물과 뾰족한 송곳으로 자극을 주어도 떨어지지 않고 안겨있었다. 심지어 자극을 점차 강하게 하다가 붉은털원숭이들이 죽는 일도 발생했는데, 죽을 때까지도 헝겊어미에 매달려있었다. 난폭하게 행동하는 붉은털원숭이를 하루 30분씩 헝겊어미와 놀게 하자, 폭력성이 사라지기까지 했다.
      
    다양한 조건에 의해 실험한 결과 사랑의 본질은 '스킨십'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애착 실험을 통해 동물도 '감정'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애착(Attachment) 실험의 의의


      
    당시 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병과 미생물이 발견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부모가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었고, 아이와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최선의 육아는 최상의 위생상태와 거리두기로부터 비롯된다고 파악했던 것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발달로 인해, 강화와 처벌을 사용하여 통제하는 교육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우는 아이를 안아주면 '우는 행동'이 그대로 강화가 되어서, 아이가 계속해서 울게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이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교육관에 의해, 아이를 따로 방에서 재우고, 안아주지 않으며, 심지어 폭력도 행사했다.
      
    해리 할로우 박사의 애착 실험은 양육환경에서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장한 강화와 처벌이 옳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부드럽고 따뜻한 '부모의 스킨십'과 '편안한 환경'이 안정된 성격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태아 초기의 뇌와 피부는 모두 '외배엽'에서 세포가 분화됨으로써 형성된다고 밝혀졌다. 이처럼 뇌와 피부는 기원을 같이 하기 때문에 '스킨십'으로 마음의 안정이 강하게 전달될 수 있다.
      
    식욕은 순간적으로만 강한 자극이지만, 스킨십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자극을 준다. 아기는 엄마의 젖을 먹는 동안, 규칙적인 심장소리를 듣고, 등을 다독거리며, 자장가 소리를 통해 사랑을 느낀다. 다시 말해, 사랑의 본질은 스킨십이었던 것이다.
      
    해리 할로우 박사의 삶은 불행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통제된 삶을 살았고, 평생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그의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은 모두 그를 떠났고, 그의 아이마저도 죽었다. 또한 애착 실험의 비윤리성을 문제삼아 사람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항상 술에 취해있었다. 결국 그는 전기충격요법을 받으면서 생명을 유지하다가, 파킨슨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평생동안 사랑을 연구해왔던 그의 연구 결과와 그의 죽음이 상반되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