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에서 나오기 때문에 뇌의 어떤 기관이 도덕성을 관장할 것이다.
19세기, 한 충격적인 사고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됐지만, '뇌 과학'에서 큰 영향을 끼친 일이 있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관통 사고를 통해 도덕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파악해보자.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P. Gage)의 관통 사고
미국 버몬트 주에 살고 있던 피니어스 게이지는 철도 건설 현장의 작업반장이었다. 그는 상냥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에 책임감이 강하여 굳은 일을 도맡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인부들이 바위에 구멍을 뚫으면, 화약을 설치하여 발파 작업을 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1848년 9월 13일, 버몬트 주의 그린 산맥을 뚫기 위해 거대한 바위를 발파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긴 쇠막대로 화약을 다지고, 구멍에 모래를 밀어 넣은 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피하면 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구멍에 모래가 제대로 부어지지 않은 상태로 화약에 불이 붙어버렸다. 안타깝게도 그 순간 피니어스 게이지는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길이 1m, 무게 6kg의 쇠막대가 날아올랐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쇠막대는 피니어스 게이지의 왼쪽 광대뼈 밑을 관통하여, 앞머리를 그대로 뚫었다. 엄청난 충격에 25m를 그대로 날아갔지만, 놀랍게도 눈을 똑바로 뜬 채로 금방 일어났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의식도 분명하게 있었고, 말도 했으며, 심지어 크게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멀쩡해 보이는 듯 했지만, 과도한 출혈에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생존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심지어 쇠막대를 빼내면서, 굳어있던 뇌 조각과 뼈 조각, 피와 뇌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당시 뇌 손상의 최고 권위자 '존 마틴 할로우'는 처음 보자마자 가망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피니어스 게이지는 "할 일이 많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태연하게 말할 정도로 안정된 상태였다. 이내 할로우 박사는 최선을 다해 치유했고, 결국 한 달여만에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관통 사고의 영향
두 달 뒤, 피니어스 게이지는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서 맡은 일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과는 달리 무엇인가 변해있었다. 감정 기복이 무척 심했고, 참을성과 인내심이 없어져 끊임없이 화를 내며 동료들과 마찰을 빚었다. 심지어 기술 숙련도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추가적인 진단 결과, 피니어스 게이지는 대뇌 피질의 전두엽이 손상되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전두엽은 예측과 결정,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기능을 관장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뇌와 관련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를 이해해줄 수 있는 관용적인 분위기도 아니였다. 결국 피니어스 게이지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무대 삼아 공연을 진행하고, 단순 노동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역마차를 모는 일을 하면서, 조카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무용담 삼아 들려줬다. 이후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7년 뒤에 뇌전증 발작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는 가족들과 친척들로부터 둘러쌓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를 통해 뇌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뇌의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정신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피니어스 게이지는 분명 사고 이후에도 분명하게 의사소통을 했으며, 스스로 걷기까지 했다. 따라서 뇌의 각 기관마다 특정 영역을 관장하고 있으며, 해당 부위가 손상되었더라도 전체가 마비되는 것은 아님을 알게되었다.
생각해 볼 점
뇌의 각 기관이 관장하는 영역은 현대 과학 기술로도 아직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피니어스 게이지가 손상을 입은 '전전두엽 피질'은 10대 청소년의 뇌 영역 중 중요한 부분이다. 신경과학자 '제이 지이드'는 MRI 기술을 통해 10대 청소년의 뇌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10대 청소년들은 뇌가 역동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10대 청소년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전전두엽 피질이 변화하면서, 성격이 점차 안정되가는 것이다.
전전두엽 피질은 주로 충동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은 쉽게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제대로 전전두엽 피질이 발달하지 않는다면, 거칠고 책임감 없는 성격이 될 수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성격과 도덕성을 관장한다면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뇌를 다쳐 성격이 완전히 변화했다면, 더 이상 동일 인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선천적인 뇌 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치료를 해야할까, 처벌을 해야할까?
아직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