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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 변화에 따른 본질은 무엇인가? -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작가 '플루타르크'는 사물의 변화에 따른 연속성과 본질의 문제를 '테세우스의 배'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제시했다. 테세우스의 배는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수많은 매체에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유형으로 변주되어 온 유명한 사고실험이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이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테세우스의 배'를 적용할 수 있는 실제 사례는 아래와 같다.
      
    - 인간의 세포는 7년이면 모두 교체가 된다. 7년 전의 자신과 7년 이후의 자신은 동일한가?
    - 방화로 인해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했다. 그 숭례문은 원래의 숭례문과 동일한가?
    - 신체와 장기를 이식한 사람이 있다. 모든 신체와 장기를 기계로 교체해도 동일한 사람인가?
    - 전두엽 손상으로 인해 성격이 완전히 변한 사람의 정체성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를 다른 배에 옮겨 조립하면, 둘 중 어떤 것이 테세우스의 배인가?"라고 논리를 확장했다. 원래의 질문이나 확장된 논리 모두 쉽게 대답하기 힘들어보이지만, 최초의 역설만 해결된다면 다른 부가적인 모든 문제 역시 유사한 논리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의 의미


    테세우스의 배는 변화와 연속성을 가정한다. 즉, 변화가 연속적으로 이어질 때, 대상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모든 부품이 교체가 되더라도, 사람들이 그 대상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은 테세우스의 배가 된다. 인간의 세포, 소실된 숭례문, 기계 이식, 뇌 손상 등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혹은 이와 관계된 사람들이) 변경된 대상을 본래의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연속성'이다. 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여전히 본질을 잃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완전히 동일한 부품으로 '모조 테세우스의 배'를 만든다면,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연속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원본을 본따서 만든 모방품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 점


    연속성을 본질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난점은 존재한다. 가령, 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기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원본에서 어떠한 변화만 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을 더 이상 원본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주의자들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애초에 '변화'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모든 부품을 교체한 테세우스의 배도 동일한 테세우스의 배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범죄자의 교화도 어려워진다. 아무리 범죄자를 교화하려고 시도하더라도, 결국 그 범죄자는 교화되지 않은 채 동일한 존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역설인만큼, 다양한 해석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사고실험이다.

    인간의 범위



    사고실험 '테세우스의 배'에서 논의를 확장해보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해볼 수 있다. 아래의 예시에서 훼손된 신체를 계속해서 교체할 경우, 어디까지를 인간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자.

    1) 목수가 전기톱에 팔이 잘려 '의수'를 달았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2) 목수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었습니다. 그는 두 다리를 '의족'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3) 억센 나뭇가지가 목수의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이제 목수의 가슴 속에는 근육 대신 합성수지로 된 '인공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4) 목수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목수는 은퇴 후 가끔 체스를 두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전만큼 두뇌회전이 잘 안되는 것 같아 병원 진료를 받아보니,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목수는 '뇌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5) 목수는 점차 노후되어 가는 자신의 거의 모든 장기를 기계로 대체했습니다. 심지어 뇌마저도 뉴런과 시냅스 대신 '반도체의 기계 회로'로 대체했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6) 목수는 마침내 뇌를 완전히 들어내고 '기계뇌'로 대체했습니다. 기계뇌는 목수의 사고 알고리즘을 완전히 복제하여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
      
    7) 목수는 너무 늙어서 신체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마침내 목수는 자신의 생물학적인 육체를 버리고 '인공 육체'로 완벽하게 이전했습니다. 인공 육체는 목수의 가장 젊고 건강한 시절과 완벽하게 닮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인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