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딜레마'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소개된 유명한 사고실험이다.(마이클 샌델이 소개해서 더욱 유명해진 것은 맞지만, 마이클 샌델이 만든 사고실험은 아니다.)
트롤리 딜레마는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이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트롤리 딜레마의 기본적인 가정에 점점 살이 붙으면서 논의 과정이 점차 복잡해지는데, 보통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대립으로 많이 사용된다. 어떤 선택이 타당한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도덕적 관점을 확립하기에 좋은 사고실험이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
"기차(Trolley)가 운행 중 이상이 생겨 제어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선로에 서 있는 5명이 치여죽고 만다. 그런데 다행히도 당신이 선로 전환기의 옆에 있다. 선로 전환기를 돌리면 전차를 다른 선로로 보냄으로써 5명을 살릴 수 있지만, 다른 선로에 1명이 있어서 그 사람이 치여죽는다. 어느 쪽도 대피할 시간은 없다. 이때 도덕적 관점에서 선로 전환기를 돌리는 것이 허용되는가?"
응답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오직 도덕적 견해만을 문제로 삼는다.
응답자는 반드시 '허용된다.' 혹은 '허용되지 않는다.'로 응답해야 한다.
트롤리 딜레마의 논의를 심화해보면, 아래와 같이 제시할 수 있다.
- 선로 전환기가 아니라, 한 사람을 육교 위에서 밀어 강제로 열차의 진행을 막는 경우
- 선로에 있는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로를 전환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게 하는 경우
- 무고한 사람을 희생하여 사회 전체에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경우
- 강제로 노숙자의 장기를 이식하여 다섯 명의 위인을 구할 수 있는 경우
- 버튼을 눌러 무작위로 전세계 사람 중 한 명이 죽는 대신 천만원을 받는 경우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의 의미
트롤리 딜레마의 핵심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 '마크 하우저'는 트롤리 딜레마를 제시하고, 왜 그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사람이 무려 70%에 달했다. 또한 '선로를 변경한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89%에 이르지만, '한 사람을 육교 위에서 밀 것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응답자의 교육 수준, 종교적 배경, 문화 환경과 관계 없이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조슈아 그린'은 트롤리 딜레마를 고려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를 스캔하였다. 그 결과, '선로를 변경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뇌의 이성적 판단 중추가 활성화되었고, '육교에서 사람을 직접 미는 사례'에 대해서는 정서적 판단 중추가 활성화 되었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자신이 직접 행위의 결과에 개입할 경우,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행동에 책임 여부를 결부할 수 있는 근거는 '의도성'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의도하지 않은 행위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의도한 행위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로를 바꿨거나, 육로에서 사람을 직접 미는 경우 모두 의도한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더라도, 이는 '고장'이라는 불가피한 사고로 인한 것이다. 사고에 의한 희생은 기차의 정비, 철로의 상태 등 다른 상황과 조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선로를 전환하여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내가 의도하여 이루어진 것이기에,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딜레마
머지 않아, 내연 기관 자동차를 대체하여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화될 것이다. 이 때, 자율주행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경우, 다수의 보행자와 탑승자 중 누구의 안전을 우선해야할까? 트롤리 딜레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딜레마'에 적용될 수 있는 적절한 사고실험이다.
2015년에 발표된 MIT Technology Review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차는 누구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보행자를 희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을 제시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MIT에서는 2018년 '네이처'에 23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북미와 유럽과 같은 서방 국가에서는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노인을 희생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유교와 이슬람이 다수를 구성하는 동방 국가에서는 노인을 우선시하는 응답이 주로 나왔다. 또한 중앙 집권적 국가 형태를 취하는 나라에서는 불법 보행자나 범죄자들은 희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한다면 국가에 따라 소프트웨어 AI를 다르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적극적으로 사고를 회피하려 하지 않은 탑승자에게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소프트웨어 AI를 설계한 개발사에 있는가?
현재 법률에 따르면, 자율주행 3단계부터는 사고의 책임은 개발사에 있다고 가정한다.
트롤리 딜레마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분명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기술 발전에 앞서서 예상할 수 있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