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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입문] 턴테이블 세팅: AT-LP120Xusb



    사라져가고 있던 턴테이블 문화가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잠깐의 불씨인지 뜨거운 불길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소수의 매니아들만 향유하던 문화가 어느새 힙스터들에게 다시금 주목받는 취미가 되고 있다.

    턴테이블과 LP는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장비로서,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꽤나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새롭게 입문하려는 사람에겐 상당히 진입장벽이 있어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방황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앞으로 턴테이블 및 LP 문화에 입문할 사람들을 위해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작성해보고자 한다.


    가성비 턴테이블




    턴테이블에 입문하려고 가격을 알아보면,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서 지갑이 쉽게 열어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성비 턴테이블을 찾게 되는데, 이 경우에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모델이 '가방형 컨테이블(가방턴)'이다.

    '가방턴'은 핫트랙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눈에 익숙하며, 디자인도 예쁘고, 뚜껑을 닫으면 가방 모양이 되어 휴대도 간편해보인다는 이점이 있다. 심지어 스피커도 내장형이라서 별도로 스피커를 들고다닐 필요도 없으며, 블루투스가 지원되서 적당한 외부 스피커와 연결하면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가방형 턴테이블들은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입문 모델로 고려되지만, 오히려 단점이 많아서 권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침압 조절과 안티스케이팅 기능이 없어서 LP에 치명적이다. 턴테이블의 바늘은 너무 약하거나 강하지도 않게, 적정한 침압으로 소리골을 마찰시켜 음악을 재생시켜야한다. 그런데 침압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강한 압력으로 소리골을 긁어서, 소중한 바이닐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제품이 저렴하다는 것은 만듦새도 조잡하다는 말과 같다. 휴대성을 강조하려고 하다보니 대부분의 소재가 플라스틱인데, 턴테이블이 가볍다는 것은 그만큼 진동에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피커까지 내장되어 있어서 자체적으로 진동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벼운 가방턴은 작은 진동에도 쉽게 흔들려서 바늘이 판을 긁어버려고 튀어버린다. 따라서 지나치게 가성비 턴테이블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



    턴테이블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바이닐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뉴트로 붐이 오면서 LP 수요가 증가하자 그에 비례하여 가격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최근에는 새 제품을 구매하려면 기본적으로 5만원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한 두개만 수집하고 그친다면 상관없겠지만, 점점 '바이닐 수집' 그 자체에 몰입하다보면 과거에 한정발매되었던 제품까지도 찾아보게 된다.

    이 때 어떤 아티스트의 특정 바이닐이 상당히 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한 앨범이 최소한 10~20만원에서 몇백만 원의 호가를 부를 수 있다. 단순히 커버가 예쁘다고, 혹은 그 앨범의 특정 곡이 좋다는 이유 등으로 구매를 시작하다보면 끝이 없다. 수많은 바이닐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마땅치 않고, 쓸데없이 돈도 많이 쓰게 된다.(이런 이유로 결국 모든 덕질의 끝판왕은 부동산이다.)

    오늘날은 스트리밍의 시대인만큼 바이닐이 없어도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따라서 바이닐을 구매할 때는 나름의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 앨범에서 80% 이상의 곡이 마음에 들 때
    - 앨범 단위의 유기성과 주제 의식이 분명할 때
    -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앨범일 때
    - 주기적으로 특정 상황이 되면 생각 날 때
    -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수집할 때


    그 외에도 음악을 더 좋게 듣기 위해서 스피커, 포노앰프, 카트리지 등에 하나씩 투자하다보면 끝없이 지출하게 된다. 심지어 일본의 어떤 오디오 마니아는 보다 깔끔한 음질을 위해서 집 앞마당의 전봇대까지 교체할 정도이다.

    확실히 오디오 기기는 돈을 투자한 만큼 음질이 좋아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분기점을 넘어서면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서 발생하는 효과가 점점 미미해진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최고 사양을 고집하기보단, 우리 집의 공간과 지갑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나의 세팅




    가방턴을 제외한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가성비 있는 턴테이블은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bt' 모델일 것이다. 오디오테크니카는 1962년부터 턴테이블을 꾸준히 만들어 온 근본 있는 브랜드이다. 해당 모델은 음원의 출력도 나쁘지 않고, 블루투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적당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부담없이 물려줄 수 있다. 또한 잘 찾아보면 여러 사이트나 매장에서 할인행사도 종종 열리는 편이므로, 급하지 않다면 적당히 기회를 엿보다가 좋은 가격에 나왔을 때 구매하길 권한다.(최대 10만원 후반까지 가격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AT-LP60Xbt 모델을 구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AT-LP60Xbt모델은 침압 조절과 안티스케이팅이 지원되지 않아서 자칫 판이 튀거나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교체할 수 있는 카트리지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나중에 음질에 욕심이 생긴다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너무 비싼 모델은 부담이 되었고, 침압 조절과 안티스케이팅이 가능하면서 카트리지도 교체할 수 있는 적절한 모델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오디오테크니카의 'AT-LP120Xusb'와 데논의 'DP-400'가 최종적인 후보가 되었다.

    AT-LP120Xusb와 DP-400은 가격대가 비슷하여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모델이다. 이들의 큰 차이점은 플래터의 구동 방식과 톤암의 작동 방식이다.

    먼저 AT-LP120Xusb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고, DP-400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플래터가 돌아간다. 다이렉트 드라이브는 말 그대로 모터가 다이렉트 식으로 직접 연결되어서 힘이 좋지만, 그만큼 진동에 민감하다. 벨트 드라이브는 모터를 벨트로 연결한 방식이므로 진동은 최소화되지만, 가끔 벨트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AT-LP120Xusb는 톤암이 완전 '수동 방식'으로, 음악을 재생할 때마다 톤암을 판에 맞춰서 내리고 일일이 다시 올려줘야한다. DP-400은 톤암이 '반자동 방식'으로, 처음에만 톤암을 판에 내려서 재생시키면 음악이 끝난 뒤 자동으로 톤암이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여러모로 데논의 DP-400이 조작하기에 편리해보였지만, 결국 벨트 드라이브와 반자동 방식의 고장 위험성으로 인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디오테크니카의 AT-LP120Xusb 모델을 선택했다.(오디오테크니카가 데논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결정에 한몫했다.)


    음악 감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스피커다. 좋은 성능일수록 스피커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큰 스피커는 집에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층간소음이 염려되어 크게 틀 수도 없어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각종 오디오 커뮤니티의 정보글과 후기글을 최대한 읽어본 다음, 적당히 출력이 좋으면서 가정집에서도 허용가능한 6인치 크기의 스피커인 'Kali Audio LP6 v2'를 결정했다. 음질과 가성비가 좋고, EQ와 볼륨 조절이 모두 가능한 액티브 스피커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스피커는 1조가 한 세트이므로, 1통이 아니라 2통을 사야한다.)


    막상 택배를 받아보니 6인치 크기의 부피가 생각보다 컸고, 출력이 강해서 최소한의 볼륨으로 맞춰도 소리가 상당히 크게 나와서 음악을 재생할 때마다 층간소음을 유발할 것 같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액티브 스피커의 볼륨 조절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했다. 즉, AT-LP120Xusb 턴테이블의 '내장 포노앰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볼륨 조절이 가능한 '외장 포노앰프'를 구입해서 연결해야했다.

    턴테이블과 액티브 스피커에 많이 지출하다보니, 포노앰프까지 비싼 제품을 사기엔 여력이 없었다. 이에 따라 볼륨 조절만 되는 최소한의 가격대의 포노앰프 'KGUSS-MP02'를 구매했다.


    턴테이블과 포노앰프, 액티브 스피커를 연결하기 위해선 추가 케이블이 필요하다.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해 내구성이 좋은 Canare Y 오디오 케이블을 구입하여, 매뉴얼에 따라 턴테이블, 포노앰프, 액티브 스피커를 각각 연결했다.


    턴테이블과 포노앰프, 액티브 스피커 간 연결방법을 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턴테이블 Output - 포노앰프 Input - 포노앰프 Output - 액티브 스피커 Input
    - 턴테이블과 프리앰프 사이에는 턴테이블에 내장된 케이블을 사용하여 연결했다.
    - 프리앰프와 액티브 스피커 사이에는 새로 구입한 카나레 케이블을 사용하여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수평계로 턴테이블의 수평을 맞추고, 침압과 안티스케이팅 수치를 조절했다. 제품 매뉴얼과 유튜브를 참고해보니, 침압과 안티스케이팅을 동일하게 조정하라고 되어있었다. 이에 따라, 침압과 안티스케이팅을 모두 2.0으로 조정한 뒤 최종적인 세팅을 마무리했다.(어떤 유튜브에서는 안티스케이팅을 침압의 약 70%로 세팅하라고 조언했는데, 침압과 동일한 수치로 맞춰도 별 문제없이 잘 재생되기에 아직까진 2.0으로 유지하고 있다.)

    관리 아이템



    이케아의 '칼락스(Kallax)'는 전세계의 많은 사람이 바이닐을 보관하는 수납장으로 애용하고 있다. 직접 조립해야 하는 미약한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조립이 간편하고 튼튼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칼락스를 두 개 연결하여(2*4), 칼락스 위에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올려놓을 수 있어서 사이즈가 딱 좋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아기도 키우고 다른 짐도 많아 칼락스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공간활용이 가능한 LP장을 찾아봐야했다.


    우연히 알게 된 수납장인데, 합판으로 만들어서 비용도 상당히 저렴하고 차곡차곡 위로 쌓아올릴 수 있어 공간활용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었다. 구매후기를 보니 위로 꽤나 많이 쌓아도 튼튼하게 잘 버티는 모습이 보여, 큰 사이즈인 B형으로 과감하게 4개를 구입하고 정리해보았다. 그동안 구입한 바이닐을 넣어보니, LP 수납장마다 대략 40~50장 정도씩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요즘 출시되는 바이닐이 대부분 두꺼운 게이트폴더형이라서 조금 더 많이 넣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이정도면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집 공간이 충분하면 이케아를, 그렇지 않다면 성진에서 나온 LP 수납장을 추천한다. 나중에 조금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가면 원목으로 된 근사한 LP 수납장을 짜보고 싶다.





    턴테이블과 바이닐의 먼지를 관리하는 제품들이다.

    브러쉬(맨 위 이미지)로 턴테이블 주위의 먼지를 털어주고, 카본 브러쉬(중간 이미지)로 바이닐을 공회전 시킨 뒤 먼지를 제거해준다. 만약 먼지 이외에 다른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재생 중에 판이 종종 튄다면, 소리골에 스프레이형 세척제(맨 아래 이미지)를 충분히 뿌려준 다음 극세사 천으로 부드럽게 닦아줬다.


    레코드판에 새겨진 소리골을 1차적으로 받아들이는 장치가 바늘(Stylus)이기 때문에 원활한 음악감상을 위해 바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악을 여러번 재생하다보면 미세하게 턴테이블의 바늘에 먼지나 찌꺼기들이 끼면서 음질이 저하될 수 있다.

    문제가 생긴 다음에 관리하기보단 미리 예방하는 편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므로, 보통 한 앨범을 다 들을 때마다 바늘을 깨끗하게 관리해주는 편이다. 이 때 '스타일러스 클리너'를 사용하면 바늘을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뚜껑을 열면 붓이 있는데, 바늘의 방향대로 살살 문질러주면 된다. 너무 쎄게 누르면 바늘이 부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양이 얼마 없는 것 같지만 청소할 때 사용되는 용액이 많지 않으므로, 한 번만 구매하면 적어도 5~6년은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늘의 수명은 약 4~500시간이지만, 바늘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주면서 잘 관리한다면 별도의 교체 없이 1년 이상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애용하는 겉비닐/속비닐 제품인 '닥터그루브'이다. 만듦새도 좋고 크기도 시원시원하여, LP가 3~4개씩 들어가있는 게이트폴더형 바이닐에도 충분히 겉비닐을 씌울 수 있다. 속비닐은 더욱 저렴한 다른 제품을 사도 큰 상관은 없겠지만, 겉비닐은 닥터그루브를 추천한다.(깔맞춤을 위해서 둘 다 닥터그루브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