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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 늑대아이와 침팬지 실험

 




    서양 사상과 동양 사상의 큰 차이점은 주로 관심을 가졌던 근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서양에서는 본질과 형상과 같은 근본적인 인식론으로부터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면, 동양에서는 인성론과 수양법과 같은 윤리학으로부터 자신만의 사상을 발전시켜갔던 것이다.

    먼 옛날, 맹자와 순자와 같은 동양의 사상가들은 인간을 오랫동안 관찰해오면서 자신만의 본성관과 그에 따른 수양론을 확립했다. 맹자는 누구나 인간이라면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는 본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성선설'을 주장했지만, 순자는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다를 바 없으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기 이익을 탐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에 와서 살펴보면, 이들의 주장은 둘 다 논리적으로 완전하진 않다. 최근에는 신경과학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들여다보곤 있지만 이 역시도 인간의 지도를 완전하게 밝혀내진 못했다. 하지만 몇몇 발견과 실험에 의해 인간의 본성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서 타고난 본성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늑대가 키운 아이



    1920년 10월의 어느 날, 인도의 '자알 신그' 목사는 오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어린 아이가 늑대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 정글을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광경을 목격한 신그 목사는 분명 아이들이 늑대에 납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늑대굴로 가서 아이들을 구해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암늑대가 아이들 앞을 가로막은 채 사납게 으르렁거려서 첫 번째 구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 힘만으로 아이들을 구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 신그 목사는 근처 마을에서 장정들을 불러와 총과 각종 무기들로 무장했다. 이윽고 늑대굴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든 늑대를 사살했지만, 두 아이는 안광을 내뿜으며 계속 으르렁거렸고 쉽게 사람들 품으로 오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을 그물을 던져 잡은 뒤 마을로 데려왔다.


    아이들을 씻기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자, 나이가 대략 8살과 1살 정도로 추정되었다. 네 발로 기어다니고 으르렁거리는 모습에서 적어도 몇 년 정도는 늑대와 함께 지내온 것으로 보였다. 신그 목사는 책임감을 느끼며 그들을 각각 '카말라(Kamala)'와 '아말라(Amala)'라고 새롭게 이름짓고, 자기가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양육하고자 했다.


    카말라와 아말라는 고아원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늑대의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늑대와 유사한 울음소리를 내었고, 날고기만 먹었으며, 주위 사람들을 계속해서 할퀴고 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그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노력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회화를 진행하려고 애썼다.


    몇 개월 뒤, 안타깝게도 동생 아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열병을 앓다가 죽어버렸다. 하나 뿐인 동생이 죽는 모습을 본 카말라는 큰 충격을 받고, 무려 1주일 동안이나 동생이 죽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식음을 전폐하며 울부짖었다.

    이후 카말라는 사람들을 무서워하면서 점점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그 목사는 끝까지 카말라를 포기하지 않았다. 몇 년 간의 지속적인 훈련 끝에 카말라는 마침내 스스로 옷을 입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유아 수준의 언어 능력이 발달하여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나 결국 카말라 역시 1929년 11월 14일, 17살에 사망했다.

    침팬지와 자란 아이



    '윈스럽 켈로그' 박사는 늑대아이의 일화에 영감을 받고, 인간의 본성이 유전으로 정해지는 것인지 사회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지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1931년, 부인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여 자신의 아들 '도널드'와 침팬지인 '구아'를 동일한 방법으로 양육하고자 시도했다.


    도널드와 구아는 완전히 동일하게 키워졌다. 똑같이 기저귀를 하면서 대소변을 가리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부모로서 사랑도 나눠주었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구아가 도널드보다 훨씬 빠른 학습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침팬지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보다 초기 발달 단계가 빠른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침팬지의 수명은 약 50년이다.)


    구아는 도널드보다 먼저 대소변을 가리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했으며, 원하는 것이 있거나 잘못을 한 경우 뽀뽀를 시도하며 애교도 부릴 정도로 사회성이 빠르게 발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도널드에게 있었다. 도널드가 또래 아이보다 언어 발달이 몹시 뒤쳐졌던 것이다. 또래 아이들이 약 50여 개의 단어를 구사할 때, 도널드는 고작 3개만 할 수 있었다. 부인의 지탄과 도널드의 발달장애가 우려되어, 켈로그 박사는 9개월만에 급히 실험을 종료했다.


    9개월의 실험 끝에 구아는 원래의 침팬지 무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구아는 원래의 어미와 무리에 적응하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구아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후의 도널드는 언어 능력이 빠르게 발달하며 정상적인 발달단계를 밟아갔다. 훗날 도널드는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결국 42세가 되던 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도널드의 아들 '제프'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하여 윈스럽 켈로그를 향해 "45년에 걸친 살인"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왜냐하면 윈스럽 켈로그 박사는 도널드가 태어나기 3년 전부터 이 실험을 계획해왔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인 도널드의 죽음은 침팬지 실험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도, 할아버지가 어릴 때 부터 이와 같은 실험을 설계할 정도로 엄격하게 훈육을 해왔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결론



    인간은 대형 포유류로서, 원숭이나 침팬지 및 오랑우탄과 같은 다른 유인원들과 유전적으로 약 98.4% 동일하다. 그들과 고작 1.6% 정도만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외형과 특성 등은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1.6%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늑대아이와 도널드의 일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인간만의 능력은 '모방'과 '적응력'이라고 생각된다. 늑대 아이는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해버려서 완전히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으나, 도널드는 아직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금세 바뀐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구아가 인간만큼의 모방과 적응력이 있었다면 빠르게 침팬지의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도널드는 또래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나누면서 언어 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간은 어느 정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수한 개별적 사례를 일반화하기엔 비약일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일화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대략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인간의 본성은 특정 상태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환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 일종의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