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혜성처럼 등장하여, 데뷔 앨범 『201』로 인디씬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한국에 오기 전 뉴욕에서 밴드 활동을 한 만큼 뉴욕 기반의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는데, 이 부분이 당대에 유행하던 인디 밴드들과의 큰 차이점이었다. 당시 홍대에서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필두로 영국 펑크를 기반으로 형성된 소위 ‘조선 펑크’가 유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정치마는 뉴욕 펑크, 뉴 웨이브, 개러지 락 스타일의 경쾌한 스타일을 표방하며, 어느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할 수 있었다.(지금 『201』을 들어보아도 멜로디가 키치하고 세련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3집 『TEAM BABY』는 2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이후 6년 만에 나온 앨범이다. 조휴일은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3장의 앨범에 나눠 담아서 발매하겠다고 선언하며, 팬들의 오랜 목마름을 달래주었다. 본작 『TEAM BABY』는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하였고, 그 동안 작곡한 노래 중에서 정말 순수한 사랑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트랙들만 선별하여 수록했다. 그 결과 검정치마의 모든 커리어 중에서 가장 상업적, 대중적으로 성공한 앨범이 되었다.
앨범 커버의 결혼 사진은 실제 조휴일의 부모님 결혼식 사진이다. 조휴일은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 부모님이라고 생각했기에 앨범 커버로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을 발매하고 활동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과 여러 일을 겪으면서 한국 인디 문화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소 날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 뉴욕 펑크에 기반한 도발적인 음악을 하던 청년 조휴일은 어느새 30대가 되어서 가정을 이루고 안정되고 성숙해졌다. 그는 이제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Team을 만났고,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Baby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다이아몬드처럼 순수하고,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이 'Team Baby'인 것이다.
검정치마의 음악력은 멜로디보다 가사에서 돋보인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서 참신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몹시 뛰어나다. 시니컬하면서도 위트있는 가사가 은유하는 함축된 의미를 생각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본작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쓰여진 편이지만, 여전히 재치가 돋보이는 표현들이 보인다.
아련한 앰비언트 사운드로 시작되는 첫 번째 트랙 ‘난 아니에요’는 자기애를 주제로 한다.
조휴일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웃음. 다음을 기약하며 가볍게 이별하고, 소비되는 만남을 좋아한다고 밝힌다.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스타가 되기 싫고, 빈말하는 것도 싫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겠다는 당당한 선언이 인상적이다. 특히 “국화 향이 물씬 나는 날 / 해랑사 을신당는 나”라는 가사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해”를 거꾸로 나열함으로써 ‘국화향’과 ‘해랑사’, ‘물씬 나는 날’과 ‘을신당는 나’의 라임을 비범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나지막이 기차역에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경쾌한 드럼 비트가 시작된다. 마치 기차를 타고 연인이 사는 곳에 도착하고,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두근거리는 심정을 표현한 듯 하다. 'Big Love'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확신에 차 고백한다.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 한 번도 틀리지 않아 /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 부분을 좋아하는데, '자'와 '실'에 비유해서 연인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낸 표현이 재미있다.
이어서 'Diamond'는 사랑을 의심하는 연인에 대한 대답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지만, 문득 나오는 실수들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가사는 "내가 잘못 고른 단어가 너무 크게 들릴 때 / 너는 아마 내가 변했다고만 생각하겠지 / 그럴 때마다 난 어쩔 줄을 모르겠어"이다. 본인도 와이프에게 한 번씩 말 실수를 할 때마다 분위기가 무척 냉랭해지고 연애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데, 정말 그럴 때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이와 유사한 조휴일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You are my only one"을 외치는 목소리가 어쩐지 애처롭게 들린다.
서로의 갈등과 오해가 풀리고, 둘만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사랑하는 이를 보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처럼, 귀를 간지럽히며 일렁이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조휴일은 나를 기다린 줄 알았던 다른 사람이 모두 떠나도,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 하는 당신이 있기에 모든 건 상관없다고 되뇌인다. "완벽하지 않아 기쁜 걸 / 내가 모자르는 만큼 너는 조금 모나있거든 / 새로운 사실이 아니어도 난 매번 새로워 / 아무렴 어때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데"에서 이제 어떤 무엇으로도 우리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다는 확신이 느껴진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은 가슴 한 켠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러나 서울이 고향인 사람은 대부분 그대로 서울살이를 이어서 하기 때문에 타지 생활을 하면서 서울을 그리워 할 일이 거의 없다. '내 고향 서울엔'은 서울 토박이가 잠시 떨어지게 된 연인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어느덧 연인이 고향인 부산으로 잠시 내려갔다.(실제로 조휴일의 아내 고향이 부산이다.) 잠깐의 이별이지만 그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 한다. 따뜻한 도시 부산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데다가, 설령 눈이 내렸다한들 이미 다 녹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가만히 눈이 내리는 것을 응시하며, 명동 거리, 홍대 이층집, 할아버지 산소와 같은 추억이 깃든 곳을 회상한다. 차가운 눈이 소복이 쌓이고 있지만 일부러 치우지 않고 있다. 아마도 눈은 사랑하는 당신을 보지 못해 차가워진 마음을 상징하는 듯 하다. 연인이 서울로 돌아와 따뜻한 온기로 녹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법일 것이다.
농밀한 색소폰 소리가 집중도를 높인다. 이 트랙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조휴일은 성공한 인디 뮤지션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누구나 정점은 있으며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만약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마지막 폭죽이 터지거나', 풍선처럼 '손만 놔도 금방 날아가 버려도' 나를 항상 바라봐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며, '사랑 그 자체'를 넘어서 이제 '당신을 향한 오롯한 사랑'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닐로 청취하다보니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해당 트랙이 Side A의 마지막 곡인데, 차라리 Side B의 첫 곡으로 배치하면 어땠을까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폭죽과 풍선들'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깊어지고 농익어지기에, Side B로 배치했으면 앨범의 유기성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레게 사운드를 바탕으로 펑키하게 전개되는 멜로디와 리듬이 인상적이다. 한시 오분은 시침과 분침이 동일한 시간이다. 한시 오분처럼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흑백영화 같은 사랑' 흑백영화는 오늘날 주류에서 밀려난 오래된 방식의 영화를 의미한다. 우리의 사랑이 흑백영화가 같기를 바라는 것은 지금 사랑하는 방식이 어쩌면 옛스럽고 구식인 것처럼 보여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면에서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듯 하다. "언제라도 쉽고 빠르게 표현하고 / 맘에 없는 말은 절대 고민하지 않고 / 뭔가 아쉬울 땐 밤 지새우고" 사랑을 말하는데 망설이지 않고,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겠다는 고백이 애틋하다. 심지어 우리가 '같은 템포 다른 노래'와 같은 관계라고 지칭하며, 상대방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음악적으로 비유하여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TEAM BABY 앨범에서 가장 가사가 아름다운 트랙이다.
꿈결 같은 스트링 반주와 함께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는 아련한 사랑을 노래한다. 첫 도입부의 "야"를 듣자마자 이 노래는 명곡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TEAM BABY의 타이틀곡이 바로 이 곡인데, 의외로 조휴일은 처음에 'Big Love'를 타이틀곡으로 밀었다고 한다.(Big Love가 전형적인 검정치마식 기타팝 사운드를 들려주긴 한다.) 흔히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하여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조휴일은 섬뜩하게도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당신을 위해서 '죽여줄 수도 있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이제 "너는 내가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니?"라고 도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서로의 사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가스펠 사운드로 시작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휴일의 아내의 이름이 '김신혜'이므로, '혜야'는 아내를 위한 세레나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들은 아무 것도 없는 무명시절부터 오랜 내조와 연애 끝에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결혼함으로써 '완전한 TEAM'이 되었다.(2집 활동 시기엔 김신혜씨가 거의 모든 검정치마의 활동을 묵묵히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4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연애(서울-부산)를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곡의 도입과 후반에 "난 너랑 있는게 제일 좋아"라는 가사가 동시에 나오며 완벽한 수미상관을 이루며 마무리된다. TEAM BABY에서 기승전결이 가장 잘 갖추어진 트랙이다.
감히 말해보건대, 한국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드림팝 노래임에 틀림없다. 꿈결을 헤매이는 듯한 기타 사운드에 저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드럼 비트, 그리고 아련하게 들리는 노랫말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트랙에서 느꼈던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인트로에 압축시켜서 표현해주는 듯 하다. 누구나 한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러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한 순간에 감정이 오르내리게 된다. 'Everything'은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미묘하게 전달하는데, 실제로 이 노래를 듣는 기분에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아주 뜨겁게, 혹은 우울하고 쓸쓸하게도 느껴지는 듯하다. 술에 잔뜩 취한 듯이 횡설수설하는 듯한 가사와 "You're My Everything"이라는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은 더 이상 사랑을 표현할 언어적 수단이 필요 없어보인다. 분위기는 더욱 로맨틱해지고 깊어지다가, 절정을 이루어 점차 저 너머로 페이드 아웃되며 끝난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따뜻한 이불 속에 폭 감겨 서로를 껴안으면서 나른하게 잠이 드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트랙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앨범이 끝을 맺을 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마지막 트랙이었다.
이후 스트리밍에서는 들을 수 없는 '걱정하지마'라는 히든 트랙이 나온다.
제목은 표기되진 않지만 "걱정하지마, 괜찮아."라는 첫 가사가 나오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걱정하지마'라는 트랙으로 불리고 있다. 마치 자장가를 불러주듯이 옆에서 토닥토닥 해주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짧은 노래이다.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감정이다.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을 내놓게도(혹은 누군가를 죽이게도) 만든다. 『TEAM BABY』는 한 사람에 대한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40분 동안 다양한 표현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냥 순수한 것은 아니다. 지저분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하면서, 나의 한계를 마주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지독한 사랑'은 바로 다음 앨범인 『THIRSTY』에서 노래된다. 즉, 『TEAM BABY』는 『THIRSTY』와의 쌍둥이 앨범으로, 『THIRSTY』까지 이어서 청취해야만이 비로소 완성되는 앨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