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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구미 송정동 - 후우미라멘


아마 한국 사람 중에서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동봉된 스프만 넣어서 가볍게 한끼를 떼우는 형식으로부터, 계란만 넣거나(이것도 계란을 풀어서 먹거나, 반숙처럼 그대로 먹는 방식으로 나뉜다.), 이것저것 고명을 추가하여 제법 식사처럼 모양새를 내는 형식까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탕면, 비빔면, 짜장라면 등 라면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지금도 매번 새로운 품목이 출시되곤 한다.


사실 우리가 먹는 라면을 정확하게 지칭하면 '인스턴트 라면'으로,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람이 중국의 라몐(拉麵)을 개량하여 나온 것이다. 안도 모모후쿠는 밀가루 면을 기름에 튀겨서 건조시킨 뒤, 별도의 스프 없이 면을 국물에 절여내서 먹는 '치킨라멘'을 만들었고, 이어서 최초의 컵누들도 창시했다. 사실상 그의 발명품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라면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여담으로 그는 96세로 눈을 감을 때까지 매일같이 자기가 개발한 치킨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인스턴트 라면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이런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고유의 식문화가 형성되었다. 전쟁 이후 가난했던 우리나라에선 어쩔 수 없이 라면을 간편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1980년 이후 최대의 경제 호황기를 누리면서, 라멘의 국물과 토핑에 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면서 '진짜 라멘'을 조리하는데 집중했다. 그들은 지역마다 독특한 라멘 문화를 형성하면서 삿포로 지역엔 미소 라멘, 도쿄엔 소유 라멘, 후쿠오카의 돈코츠 라멘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장황하게 글을 적었지만 사실 입맛이 그리 고급은 아닌지라, 너무 짜거나 맵지만 않으면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는다. 아직도 도쿄에서 먹었던 '이치란 라멘'이 생각날 정도니깐.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일본에 가서 질리도록 라멘 투어를 해보고 싶다.


구미 송정동 복개천에는 맛집이 많다. 근처에 여러 관공서들이 있어 종종 회식을 하기도 하고, 유료로 사용하는 공용 주차장이 넓어서 주차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어디까지나 구미 기준으로 보았을 땐...) 운이 좋다면 갓길에서 무료 주차도 할 수 있으니 주차 환경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네이버 지도에 검색하여 갔는데, 근처에 식당이 워낙 많아서 처음엔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 힘들었다.

입구는 사쿠라를 비롯한 여러 장식품으로 일본식 노포 느낌을 주어, 들어가기 전에도 충분히 기대치가 올라갔다.



후우미라멘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던 식당인데, 의외로 뛰어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 쪽에서 키오스크로 셀프 주문을 받는다. 미처 가격표를 캡쳐하지 못했지만 대략 9,000원에서 10,000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방도 개방형인데다가, 다찌 자리도 있어서 혼밥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돼지국밥을 애정하는 취향으로, 라멘의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돈코츠 라멘을 선호한다. 이번에도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는데 역시나 실패하지 않았다. 얇고 쫄깃한 면발에 국물이 몹시 진했다. 곁들여져 나온 숙주는 아삭아삭하여 감칠맛을 더했고, 반숙 계란을 비롯한 차슈의 굽기와 적절한 풍미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배가 덜 찬 사람들을 위해 밥솥에 공기밥을 셀프로 담아갈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완식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러서 굳이 찾아먹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요소 하나하나에서 사장님이 지니는 음식에 대한 태도와 손님들에 대한 친절함이 느껴졌다.
굳이 대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맛있는 라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구미에서도 제대로 된 라멘집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


* 주소: 경북 구미시 신시로14길 58 후우미라멘